마당에 있는 고양이들은 세 마리로 구성된 한 가족이다.

왼쪽이 아빠, 오른쪽 끝이 엄마, 그리고 가운데가 새끼.

얘네들이 벌써 3대째쯤 된다. 고양이들이 겨울 나기가 참 어렵다.

지난 겨울에 우리 집에 있던 아주 귀여운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 건너편에 있는 빌라 보일러실에 쓰러져서 동네 동물병원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거 입양받아서 꼭 데려다가 키우고 싶었는데, 두 마리가 감당이 될까 싶어, 결국 포기.

지금의 이 가족들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되는 데까지는 열심히 걷어먹일려고.

원래 새끼가 세 마리였었다.

장마철 한참 비내릴 때, 마루 앞 쪽에서 비 피하면서 장마 내내 옹알거리면서 지냈다.

가을이 되면서 새끼 두 마리는 보이지 않고, 결국 한 마리가 남았다.

한 달 전인가, 고양이들끼리 엄청 다툼이 났었다.

아마, 별로 필요없어진 아빠 고양이를,

너 나가,

엄마 고양이가 밀어내는 그런 싸움으로 안다.

마음이 안 좋아서 나가서 싸움도 말리고.

기본적으로는 길냥이용 대안 사료를 주고,

집에서 먹다 남은 생선 같은 거 있으면 준다.

오늘은 어제 선거 끝나고 아내랑 정종 한 잔 하면서 구워먹었던 꽁치 부스러기들.

먹이가 모자르다 싶으면, 아마 아빠 고양이가 이 집단에서 쫓겨날 거다.

예전에 마당에서 고양이 많이 기르던 시절,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엄마 고양이가 제일 강해보이는 새끼 한 마리를 집에 두고 떠나고는 했다.

물론 집 안에서 키우면 그런 건 없지만, 마당에서 키우다보면 남은 새끼들이라도 잘 먹으라고,

엄마가 떠나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아빠 고양이는, 먹이를 주면 새끼와 엄마가 먼저 먹고, 자기는 그래도 여유가 있으면 그 때 먹는다.

꽁치 한 마리는 아직 몸이 남아있고, 두 마리는 진짜 머리만 남은 거였는데,

내가 보고 있는 동안에 아직 이 아빠 고양이는 냄새만 한 번 맡고 아직 먹지 않았다.

어제 준 사료도 아직 남아있고.

인류학 하는 사람들이, 수컷은 무엇에 필요한가, 그런 질문들을 종종 한다.


처음 이사왔을 때에는 우리 집 마당을 놓고 고양이들끼리 쟁탈전이 치열했었다.

며칠 마다 한 번씩, 밤이면 대혈투를 벌이는 소리가. 꼬리 잘린 고양이를 보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

그해 봄이 지나자, 이제 부부가 같이 지내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두 마리가 같이 있으면, 느닷없이 덤비는 침탈자로부터 자기 사는 데를 뺏기지 않아도 될테니.

아마 올해 겨울까지는 이 고양이 가족을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도 어차피 전세 기간도 끝났고, 이사를 생각 중이다.

지금 사는 데에서 먼 데는 아니지만, 그래도 1킬로는 족히 떨어지는 곳으로 가게 될 것 같은데.

이 고양이 식구들이 눈에 밟힌다.

어차피 겨울을 제대로 날지도 모르고, 내년 봄이 되면 지금의 새끼가 다시 이 마당의 안주인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세 번의 겨울을 나는 길고양이는 거의 없다.

보통 한 번에서 두 번의 겨울을 보고, 세 번째 겨울에 수명을 마친다.

자연계에서의 균형이라는 것은, 늘 이런 임시적 균형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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