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경제학 독자 티타임..

책 나오면 매번 약소하게 티타임 한 번씩 했었습니다. 팬데믹 경제학 새로 나와서, 아주 간소하게 할까 합니다. 문예출판사 회의실에서 할 예정인데, 열 분 내외로..

6월 19일 토요일 오후 세 시

문예 출판사 회의실 (홍대역 근처)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6길 30 신원빌딩 4층
  (서울 마포구 동교동 203-2 신원빌딩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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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책, 오늘 받았다. 진짜 뼈골을 갉아넣는 상황이 되었다. 은퇴 생각을 사실은 그다지 진지하게 하지 않았는데, 이 책 마무리하면서 은퇴 시점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도 이제 30대와 40대의 그 우석훈이 아니다. 게다가 책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주변 상황도 너무 열악하다. 써놓고 출간 안 하고 날리게 된 원고도 생겼고..

팬데믹 책에서는 정치 얘기는 넣지 않았고, 그야말로 정책과 대책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내가 본 팬데믹은 언론에 매일 나오는 얘기들과는 많이 다르다. 니가 옳다, 내가 옳다, 그런 얘기와도 다르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고, 이 이상은 무리다. 보통 책 내면 그래도 좀 책 추천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증정본도 선물로 보내기도 하는데, 이 책은 증정본도 안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책이 가면 가는 대로, 자신의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나는 탈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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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책 주말 내내 들여다보면서 여기저기 고치다가 일요일 저녁 때 출판사에 보냈다. 39번째책이다. 38번은 팬데믹 경제학. 올해 41번 어쩌면 42번까지 가게 될 것 같다. 틈틈이 좌파에 대한 글을 쓸 책인데, 그게 연내 나올지, 아니면 좀 더 있다가 나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2년 전에는 겁나게 헤매느라 한 권도 안 나왔다. 작년에도 그 여파로 계속 헤매느라 <당인리> 한 권 내고 쫑. 이래저래 다들 밀려서 뒤로 가는 행군이다. 그러고보니 2016년 이후로 힘든 해와 헤맨 해, 그렇게 어려운 시기들로만 차 있는 것 같다. 그리고는 팬데믹.. 모든 것이 일시 정지,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팬데믹 경제학과 정세균 책이 딱 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한 달도 차이가 안 나게 그렇게 딱 붙어버렸다. 몰라, 되는 대로 되겠지.. 

밀려온 책들이 많고, 중간에 에디터가 그만두면서 펜딩된 책인 농업경제학까지 끼어서, 일정 관리가 아주 고달프다. 거기에 아예 강연이 없는 팬데믹 국면이라, 강연을 해야 하는 책들은 내기가 어렵다. 

누가 책을 본다고 그래? 몇 년째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냥 버티는 중이다. 원래도 사회과학은 한국에서 찬밥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마음이 낫다. 나의 타점은 매우 낮다. 

정세균 책은 더 하다. 한 가지 위안점은 “세상에 없던 책을 쓰겠다”는, 내가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지키려고 한 모토에는 맞다는 점이다. 없던 종류의, 없던 스타일의 책을 쓴 것만은 사실이다. 진짜로 이 책을 사는 독자 단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단 한 명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용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써내려갔다. 어떤 의미로든, 그가 뭐든 배우거나, 아니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하여간 나도 사서 고생이기는 하다. 정세균 쪽에서 원고료 준다고 했는데, 되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마음이 가서 쓰는 책이고, 안 팔리는 건 내가 감당할 몫이고. 그 정도 존심도 없으면 책 세상에서 저자로 버티지 못 한다. 원래도 정세균 은퇴하고 조용해지면 쓰려고 했던 책이다. 아, 이 양반, 영 은퇴를 안 하네.. 내가 독자들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썼으면 누군가 사보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 참, 말 편하게 하지만, 심정은 그렇다. 


우여곡절 끝에 39번까지 왔는데, 생각해보니 이제 50권이 얼마 안 남았다. 아마 다음 정권 끝나기 전에는 마무리 될 것 같다. 

50권 나오면 독자들 모시고, 근사한 호텔 같은 데 빌려서, 잔치라도 한 번 할 생각이다. 시작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서 시작했지만, 마무리 만큼은 좀 시끌벅적하게 하고 싶다. 내 식의 로망이다. 

그 뒤에 뭘 할지는 아직 생각해둔 게 없다. 아직은 생각하기 좀 어렵다. 별로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예전에는 50권 끝내면 삼국지를 내 방식으로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잇기는 한데, 그거 별로 재미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 나이에 동네 책방을 낼 것도 아니고, 내가 뭘 새로 거창한 걸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허락할 것 같지도 않고. 아직은 50권, 의미 있게 채우는 데 훨씬 더 신경과 관심이 많이 간다. 

서른 다섯 정도에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래저래 20년이 지났다. 아직은 몇 년 더 책을 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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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경제학, 표지 나왔다. 아마 곧 나올 것 같다. 몇 번 탈탈 털어서 고치느라고,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이제 나도 체력이 떨어지는 게, 한 해가 아니라 한 달이 다르다.

농업경제학 원고를 전면 개정하는 작업을 가을에 할까 했는데, 무리인 것 같다. 내년으로 넘겨야할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일정 소화하면서도 시간이 남아서 다른 것도 좀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일정대로 가는 것도 힘들다.

책이 점점 더 안 팔리니까, 한 권 한 권, 누르고 눌러서 꾹꾹 담아내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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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책 초고 끝냈다. 언젠가 정세균 은퇴하면 평전 쓴다고는 했는데, 그걸 지금 써달라고 해서.. 고민을 하다가, 그와 거의 매일 같이 만나면서 지냈던 2년간 그리고 그에게 해 줄 잔소리들을 쓰기로 했다. 기왕에 정치에 대한 에세이를 쓰면서, 나중에 빨갱이 에세이 쓸 때 쓰려고 꼬불쳐두었던 것까지 탈탈 꺼내 쓰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없던 스타일의 원고가 되었다. 일단은 '다크 히어로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부제는 '오세훈을 꺾은 사나이'. 읽은 사람들은 엄청 웃기다고는 하는데, 내가 웃겨봤자지..

이걸 쓰면서 한 명이라도 사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다. 정치인에 관한 책은 정말 잘 안 팔린다. 선거철에 팬덤이 있으면 몰라도, 정세균은 팬 별로 없다. 그에 관한 책까지 찾아다니면서 읽을 사람은? 글쎄올시다.

그래서 진짜로 한 명이라도 순수하게 책 내용 때문에 읽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썼고, 정말로 한 명이 그렇게 본다면 일단은 성공. 매우 솔직하고 내가 알고 있는, 무의식 속의 기억까지 탈탈 털어낼 정도로 공들여 썼다. 그리고 그 한 명이 이 책을 읽고, 뭔가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거나,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들여서 썼다.

내 주변에서는 다들 반대했다. 안 팔릴 것도 안 팔릴 거지만, 정세균 책을 뭐하러 쓰느냐는 거다. 그 말들도 이해는 가는 말이지만, 나와 정세균이 지냈던 시간들을 알리는 기록하고 알리는 것이 책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을 한 것은 맞다. 한국에서 정책 라인이 뭐고, 그런 게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런 얘기를 이 기회를 빌려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도 했고, 아울러 이 기회를 빌어 내가 한국 경제에 대해서 기대하는 얘기를 좀 편안하게 해보기도 싶었다.

하여간 초고는 끝났고.. 이제 곧 내 손을 떠나갈 것이다. 진짜 한 명의 독자라도 책을 집어들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출판사 대표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웃는다. 겉은 웃어도 속은 쓰리겠지. 그래도 그 한 사람의 독자에게 저자로서 충분히 좋은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면 나는 대만족이다. 책이라는 게 늘 편안한 상황에서 안전한 주제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한의 작업을 한 번 마친 느낌이다.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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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원고와 결론을 수정한 팬데믹 경제학 최종 원고를 끝냈다. 요즘 누가 책을 본다고 그렇게 책을 쓰느냐, 그런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방송은 그 시기에 가장 핫한 얘기 1회성으로 다루고 넘어가는 것 이상은 하기 힘들다. 언론의 기획 기사도 깊이는 들어갈 수 있어도, 종합적으로 사태를 다루기는 힘들다. 한 사건을 일정한 깊이 이상으로 넓게 볼 수 있는 매체는 여전히 책이다.

이번의 팬데믹 경제는 내가 책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애먹었던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팔리지 않아서 힘들었던 책들은 좀 있었는데, 쓰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이렇게 애를 먹었던 책은 처음이다. 책 말고도 주변 여건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었다.

지난 몇 달간 진짜 이를 악물고 버텼다. 팬데믹 상황에서 팬데믹에 대한 얘기를 하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렇다고 애들이 협조를 하냐, 절대 그런 거 없다.

방학 중에 끝낼 생각이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그새 개강을 했고, 벌써 학기도 절반이나 지나갔다. 낮은 걸음걸이로, 조금씩 조금씩.

사회과학책만 기준으로 하면, 10대를 위한 독서 책이 여름 후반부부터 작업을 시작할 것이고, 그게 끝나면 젠더 경제학 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 틈틈이 빨갱이 에세이를 몇 달에 걸쳐서 조금씩 쓸 생각이고.

어떻게든 필라델피아에 갈 수 있으면 도서관 경제학을 올해 시작하려고 했었는데, 아마도 미국은 올해에도 가기 어려울 것 같다.

내년까지 밀린 책들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면 '한중일 경제학' 준비 모드로 넘어가려고 한다. 50권을 채우려고 지난 몇 년간 계속 책을 쓴 건데, 몇 년 전부터 이 책을 마지막 책으로 하려고 했었다. 준비 기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다.

지인들이 북경에 있는데, 간만에 북경도 좀 다녀오고.. 준비하면서 일본에 좀 길게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정 내 실력으로 딸리면 중국과 일본의 주요 인사들 인터뷰를 할 생각도 있다. 그 전에 출판사 관련된 일들을 좀 정리정돈을 하려는 것은.. 출판사에 돈을 좀 벌어줘야 몇 년이 될 이 큰 일에 연구자금을 좀 투입할 수 있을 거라서.

나도 학자 생명의 마지막을 건 일이라서, 숨 크게 쉬고 여유 있게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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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라는 소수자" 정도의 제목으로 생활 좌파 에세이를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난 번 에세이집이 왕창 망해서, 에세이집은 쉬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도 생활 좌파에 대한 얘기들이 뭔가 가슴에 불을 당긴다. 의무감으로 쓰는 책들이 있다. 농업 경제학이나 젠더 경제학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도서관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에세이집은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들이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아직은 그런대로 머리가 도는데, 몇 년 지나면 이것도 힘들 것 같다. 아직 힘 있을 때, 이런 불편하고 골 아픈 얘기를 한 번 다루어 보고 싶어졌다. 

데뷔할 때 ‘C급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을 들고 데뷔했다. 실제로 그 시절 사람들이 나를 부르던 별명이 그거였다. 그냥 나는 평생 C급 타이틀을 들고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빨갱이는 줄이라도 잘 서야 하는데, 나는 그것도 싫었다. 

DJ 정부 때 청와대에 들어갈 일이 있었다. 적당히 좌파 말고 진보 경제학자라고 하고 청와대 행정관 정도 하면 좋겠다고 하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나이에 그렇게 나의 신념을 접으면 평생 이상하게 살 것 같았다. 그냥 싫다고 했다. 인연이 이상하게 꼬여서 청와대 가는 대신에 총리실로 가게 되었다. 

그 뒤로는 청와대 갈 생각을 진지하게는 한 번도 안 해 본 것이, 내가 거길 갈 마음이 있었으면 30대 초반, 진작에 갔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나는 나 혼자서 ‘자랑스러운 빨갱이’로 이번 생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세상을 왕따시키는 편을 선택한 것 같다. 니들하고는 안 놀아.. 

요즘 생각이 든 건, 한국에서 좌파들이 당하는 취급은 일종의 소수자 취급과 같다는 것이다. 진보라고 하면 주류인데, 좌파라고 하면 갑자기 비주류다. 그 중에서도 빨갱이라고 스스로 말하면, 소수자가 된다. 그걸 나는 ‘비주류의 비주류’라는 말로 이해를 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이제 내 나이도 50대 중반이다. 이 나이를 먹고도 “그래, 나는 빨갱이다”, 이 말을 당당하게 못 하면 도대체 내 인생은 뭔가,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내가 무슨 영광을 더 보겠다고, 적당히 묻어가고, 적당히 숨어서 살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워낙 인생이 삐딱선이라서,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그래도 그냥 막 살기는 싫고, 그런 사람들은 내 뒤로도 나오고 또 나올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밀리고 밀리고, 결국은 혼자서 많은 것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세 끼 밥 먹고 살면 더 이상 행복할 게 없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았다. 남들 은근슬쩍 다 하는 소소한 부패도 나는 손이 떨려서 못 했다. 내 노동 소득 외에는 다른 소득을 갖는 것도 나는 싫었다. 집 몇 채씩 사고, 틈틈이 이사 가고, 주식도 여기저기 적당히 털어놓고, 그렇게 해서 돈을 벌어서는 나한테 떳떳하지가 못할 것 같았다. 

아마 남은 인생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적당히 개기면서 살아갈 것 같다. 

좌파라고 해서 꼭 무슨 정당 활동을 해야 하거나, 시민단체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건 지금까지도 넘치도록 많이 했지만,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들을 소소하게 생활 속에서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런 걸 ‘생활 좌파’라고 부르고 싶다. 아마 나는 그런 정도의 모습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것 같다. 

난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 로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고, 명랑한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남을 웃기지는 못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누가 나한테 여유로운 삶을 살았겠다고 얘기하면 “네, 큰 고생은 없었네요”, 그러고 만다. 내가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지, 살아남기 위해서 뭔 짓들을 했는지, 그걸 구질구질하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건 그냥 가슴 한 구석에 가끔 꽃을 피는 선인장처럼 살아남아 있으면 된다. 지우려고 해도 잘 지워지지 않는 그 기억들을 굳이 꺼내서 인생을 다시 지옥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해봐야, 결국 아무도 감동받지 않는 빛 바랜 영웅담의 우중충한 이야기일 뿐이다. 

생활 좌파 정도로 키워드를 잡을까 했는데, 기왕에 좌파 얘기 하는 것, 아예 화끈하게 ‘빨갱이’로 키워드를 잡고 나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언제 이런 얘기를 또 쓰겠나 싶다. 이게 묘하게 진보라는 말과 좌파라는 말의 차이점이 있다. 진보는 뭘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옘병. 한국의 진보들은 세상은 안 바꾸고, 자기 인생들만 바꾸었다. 좌파는 변하지 않는 태도를 지키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고, 자본주의에 대한 삶의 방향 같은 것이다. 

나 아직도 진보가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 번도 나의 정체성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세상은 변한다. 계속 변한다. 방송에서는 시사 교양이라고 부르는 분야들이 소위 ‘연성화’를 넘어서 괴멸적 타격을 받는다. “이게 맞다, 저게 맞다”, 그런 얘기하는 시기는 한국식 계몽주의의 종료와 함께 끝났다. “가르치는 것 같아요”, 뭔가 얘기하려는 것은 외면 받는다. 시대가 그렇다. 

그래도 여전히 교양이 중요하고, 삶에는 원칙 같은 게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 한 명쯤 한국에는 있어도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드냐”, 그렇게 얘기하는 것처럼 “권력이 그렇게 좋드냐”, 그런 말 하는 사람 한 명쯤 있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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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회식이 있어서, 급하게 애들 저녁 밥 먹였다. 둘째가 약간 편식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충 해줘도 잘 먹어서 밥 먹이는 게 어렵지는 않다. 게다가 얼마 전에 식기 세척기를 사서, 설거지 일도 대폭 줄어들었고.. 

UN에서 활동하던 시절, dish washer의 딜레마라는 짧은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캐나다 공무원들이 엄청 재밌게 들었다고 찾아와서, 엔알캔 공무원들하고 몇 년 동안 잘 지냈던 적이 있었다. 

dish washer를 집에 놓는 게 좀 그래서 안 사고 그냥 버텼는데.. 코로나 2년 차, 줄구장장 집밥에 쌓이는 그릇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어서 결국 샀다. 

밥 먹고 잠시 쉬는데, 요 며칠 들었던 생각들을 좀 정리해보려고.. 

'좌파'를 키워드로 하는 에세이집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도서관 경제학 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문제로 올 겨울에도 필라델피아에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뭔가 봄에 해볼 수 있는 게 필요하기는 한데.. 

이런저런 제목과 키워드들을 잠시 생각해보다가, 기왕 하는 거 화끈하게..

"나는 빨갱이다", 

요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다니던 시절에도 하도 빨갱이라는 소리 많이 들어서, 그래 나는 빨갱이다, 어쩔래.. 이러고 다녔다. 

그래도 프랑스에서 공부했다고 사람들이 좀 봐주기는 했다. '구라파 좌파', 요런 별명이 있었다. 

레드 컴플렉스 가득하던 시절, 주사파 친구들은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겁을 하고는 했다. 내 주변에 주사파들이 왜 그렇게 많았던지.. 하긴 그 시절에는 주사파 아니면 운동권 내에서도 소수파이던 시절이라. 

이래저래 평생을 소수파로 살았다. 

문재인 당대표 시절에 어떻게 하다 보니까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발표하는 데까지, 좀 뭔가 한 적이 있다. 주사파 친구들이 그때 나에게 열렬히 열광.. 쟤가 살다보니 저런 일을 하는 때도 있네. 그때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박근혜 시절, 목함 지뢰 막 나오고 그러던 시절이었다. 

한국에서 "나는 빨갱이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공직을 비롯한 일절의 정부와 관련된 일을 안 한다는 의미일 것 같다. 민간회사에서는 몰라도, 정부와 관련된 일은 평생 없다. 그 말이 그 말이지만, '진보'라고 슬쩍 묻어가는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멀리 돌아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빨갱이'는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소수자이고, 나의 생애에서는 주류는 물론이고 비주류도 형성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시대적으로, "나는 빨갱이다", 그런 얘기 하는 사람 한 명쯤은 있어도 되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살아서 무슨 영광을 더 보겠나. 이미 영광은 볼만큼 봤고, 더 가고 싶은 높은 자리도 없다. 

이번 생은 그냥 자랑스러운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마감을 해도 좋을 만큼, 이미 충분히 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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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배우들>에서 윤여정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출연료 깎자고 하면 막 화가 나다가도 그래, 내가 피부가 좀 안 좋 지, 이러면서 참아.” 나는 영화 참 많이 봤다. 지금도 많이 본다. <여배우들>은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가 되었다. 이 유 없이 뒤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내 앞으로 아슬아슬 위험하게 끼어드는 차를 만나도 ‘그래, 나는 유쾌한 모닝이니까!’ 하고 넘 긴다. 이제 나는 길 가는 모든 차를 형님으로 모시면서 산다. 그 리고 배우 윤여정을 선생님으로 모시게 되었다. 나도 아주 잘 참게 되었고, 버티는 힘이 생겨났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중)

50대 에세이에서 윤여정에 대해서 한 귀절을 쓴 적이 있다. 영화 <여배우들> 본 이후로, 윤여정을 마음 속 선생님으로 모시면서 살았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그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속으로 울컥 화가 날 때면, "그래, 나도 한 물 간 사람이니까",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산다. 그리고 가능하면 명랑하려고 노력한다.

윤여정이 만난 큰 영광에 잠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인생은 길다. 심통 내고 인상 써봐야 풀리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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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대한민국>.. 안 해봤던 일이라서 한다고 했는데, 사실 겁도 좀 났었다. 시간은 많지 않고, 대판 싸움 나서 "나 안해", 그러고들 일어나버리면 어떡하나, 그런 우려도 좀 했었다. 좌든 우든, 우리는 악마랑 같이 살아가는 건 아니다. 어떻게든 대화를 하고, 접점을 찾아야 제도 하나라도 만드는 거 아닌가 싶었던. 나름 배운 게 많았던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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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진영을 뛰어넘으니 문제가 풀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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