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18.04.09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2. 2018.04.09 노을진 어느 봄날

 

 

2013년까지 사진을 찍다가 둘째 태어나고 얼마 후 사진기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죽을지 살지, 숨도 제대로 못쉬는데, 뭔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권 후반기로 가면서, 매일 누군가 만나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전부라서, 카메라를 들고 다닐 형편이 아니었다. 내 삶을 내가 어쩌지 못하는 시간들이었다.

5년만인지 6년만인지, 올 봄에 카메라를 다시 집어들었다. 달리, 별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사진 찍으러 어디 가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냥 왔다갔다 하는 공간에서. 가끔 놀러가는데. 그걸로 나는 충분하다.

요즘 사진 찍는 컨셉은,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말이 좋아서 심도는 얕게지, 이게 돈 때려 박는 일이다. 대학 시절 미학 공부할 때, 우리가 볼 수 있는 미학 교과서라는 게 리얼리즘 얘기가 기본이었다. 나중에 보니까 그랬다. 그래서 심도 깊은 것들, 이런 데 대해서 나도 뼈 속까지 스며든 집착 같은 게 있다.

이제 좀 심도 얕은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이게 돈 많이 드는 일이다. 밝은 렌즈가 필요하고, 대구경 렌즈가 필요하고... 심도 얕은데, 어떻게 하면 재수 없지 않을까, 그런 게 요즘 한참 생각하는 고민이다. 좋은 사진은, 원래는 심도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좋은 얘기도, 심도와는 상관 없다.

심도는, 밀도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심도를 얕게 하기 위해서는 밀도를 높여야 한다. 빛도 많이 필요하고, 더 합축하고... 심도가 원래 그런 개념이다. 그래서 돈 많이 든다.

사진에 애정이 있을까? 보기에 따라서는 있다고 할 수 있고, 기계적으로만 보면 애정 같은 것은 없다. 빛이 많거나 적거나 그런 것이지. 그렇지만 묘한 애정 같은 게 사진에는 담겨 나온다. 그리고 반대로 차가움 같은 것도 있다. 사진 기자들이 루틴하게 찍는 사진들은 묘하게 차갑다. 그리고 때때로 짜증이 가득 묻어있다. 이해는 간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르뽀 사진에는 슬픔이 묻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이해는 간다.

하여간 나도 답은 없는데, 그런 '심도는 얕게, 애정은 깊게', 요런 컨셉 같은 것을 머리에 담고, 구현을 해보려고 한다. 무작정 떠나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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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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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아이들 어린이집 가는 게 두 번이 된지 이제 두 달 조금 넘는다. 낮에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게 좀 있지만 아직은 무리다.

 

큰 애는 어린이집 적응을 잘 못한다. 아침에 울고, 저녁 때 운다. 조금만 늦게 가면 울고 있다. 정말 서럽게 울고 있다. 방법이 없다. 일찍 가고, 더 많이 놀아주는 수밖에.

 

겨울에는 추워서 꼼짝을 못했는데, 이제는 좀 날이 좋아져서 여기저기 움직여볼 대안이 좀 생겼다. 애들 데리고 움직이려면 렌즈 한 가방, 이렇게는 안되고,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하나만 들고 나와서 그냥 그날의 운에 맡기는. 이렇게 나도 놀이 중이다. 오늘은 좀 큰 놀이터로 왔다.

 

꽃이 좋은 계절이다. 개나리에서 벗꽃까지, 일제히 다 피는 진귀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오늘은 30미리 접사렌즈 들고 나섰다. 싼 렌즈인데, 그래도 나는 재밌어 하는 렌즈다. 원래는 접사용이지만, 스냅샷 찍을 때에도 많이 쓴다.  

 

 

 

 

노을 지는 시간에 진달래. 진달래는 꽃이 작아서 사진은 잘 안 찍게 된다. 진짜 간만에 진달래...

 

 

30미리 접사렌즈는 단렌즈 치고 하나도 밝지가 않은 렌즈다. 값도 싸고. 이래저래 잘 안 쓰기는 하지만, 빛만 좋으면 얘도 화사하게 사진을 뽑아주기는 한다.

 

아팠던 둘째 아이다. 언제나 가슴 속에 담아놓고 산다. 더 예쁘고, 더 밝게 찍어주고 싶다.

 

 

 

 

30미리 장점은, 눈에 보이는 시선과 비슷하기 때문에 보는 대로 나온다는 점. 그래서 스냅 찍을 때 많이 사용하는. 아쉬운 점은, 장점의 반대. 좀 멀거나, 좀 가깝거나, 애매해진다.

애들 뛰는 거 30미리로 찍을려면, 진짜 큰 마음 먹고 딱 준비하고 있다가 한 방에 들어가야. 찬스는 딱 한 번. 진짜 찍으면서 하늘의 운에 맡기는...

 

 

 

이것도 역시 30미리. 벗꽃은 벗꽃인데, 큰 벗꽃 나무 한 구석에서 작게 꽃이 피어 올랐다. 접사용 렌즈이기는 한데, 다루기가 쉽지 않은. 10장 정도 실패하고, 결국 조리개 수치를 9까지 올렸다. 아예 15 정도 한 번에 갈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고양이 찍을 때 이렇게 조리개 높이면 터락 같은 게 다 뭉개진다. 그래도 정물은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해 좋고, 숨만 잘 참으면... 이 정도 수치면 슬슬 팬 포커스 시작될텐데, 접사 렌즈라서 여전히 심도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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