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몇 년 전에 치매로 쓰러지셨다가, 큰 애 4살 때 놀러간 어느 날 기적과 같이 그냥 일어나셨다. 치매판정도 받으셨고, 도우미도 집에. 아직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지내신다. 요 몇 달 건강도 많이 나아지셔서, 얼마 전에는 여의도에 벚꽃 보러 갔다오셨다는.

어머니 쓰러지시기 전에 모 공중파에서 어머니 얘기로 휴먼다큐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그래도 정정하실 때 마지막 기억일 것 같아서 나는 한다고 그랬는데, 어머님이 우울증이 심해지시면서 다 귀찮다고... 그래서 안 한 적이 있었다. 

일어나시고 난 다음 사진이 너무 없어서, 겸사겸사 애들 데리고 놀러갔다. 

렌즈는 50미리. 이게, 사실 겁나게 싼 렌즈다. 오늘 확인해보니까 신품가로 26만원 정도 한다. 프로들은 안 쓰는 렌즈고, 왠만한 사람들도 렌즈 축에 끼어주지 않을. 밝은 게 특징이기는 한데, 밝은 것 빼고는 다 단점이다. 극단적으로 느리다. 화각도 애매하고, 렌즈도 느리고, 그래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런 싸구리 쓰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렌즈다. 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가끔은 기가 막힌 사진을 뽑아주기는 한다.

어머니 웃는 모습은 잘 보기 어렵다. 그리고 둘째랑 같이 웃는 모습은 더더욱 보기 어렵다. 웃을 수 있는 날이 잘 없다. 그렇게 자주 뵙는 것도 아니고.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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