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편안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속 끓는 게 없어지니까 살이 찌기 시작하는ㅠㅠ.) 지난 몇 년 동안 3월이면 둘째는 늘 폐렴이었다. 연거푸 입원을 하다가, 작년에는 폐렴이 오기는 왔는데 입원은 안하고 버틴. 올해 처음으로 폐렴 없이 3월을 보냈다. 황사철까지 기다려봤는데, 올해는 그냥 넘어갈 듯 싶다.

사는 데 무슨 엄청난 요소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뜯어보면 그냥 소소한 일상의 연장과 크든 작은 상존하는 불안거리 같은 것들의 기묘한 조합일 뿐이다.

조씨일가가 요즘 난리다. 그냥 우리끼리는 '대한항공 조씨'라고, 그 성을 불렀다. 하여간 독특한 사람들이다. 보통 조씨들과는 구분을 좀 해줘야 한다는...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는데도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 보면, 행복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전화할 때, "아직도 집에 계십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집에 있지, 어디 있냐,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다가 참는다. 혹시라도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가시라도 있을까, 가시 살살 발라가면서 말하는 것도 연습 중이다. 이유 없이 사람들 마음 아프게 하거나 맘 상하게 할 일 없다. 남들은 날 딱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지금 내 인생에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물론 하나하나 까뒤집어서 살펴보면 '애간장'이 탈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윗장이 팍 터져버릴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올해는 아프지 않은데, 사실 더 바랄 것도 없다. 소소하게 속상한 것, 이런 것은 문제 축에 속하지도 않는다.

어린이집 옮긴 이후로 오늘 처음 차를 두고 걸어갔다가 걸어서 데리고 왔다. 애들은 동네의 작은 놀이터에서도 참 잘 논다.

둘째 잘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내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만큼은 더 바랄 것도 없는 날이었다.

(야구만 좀 어떻게. 오늘도 역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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