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백악관이 소련을 공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연구를 발주하였다..

"랜드 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목숨값이 경제학자가 결정해야 할 경제적 문제라는 데도 동의하지 않았다. 조종사의 가치를 달러로 환산하는 게 경제학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 보았다. 랜드 연구소의 역할은 달러 비용과 조종사의 죽음을 ‘효율적’으로 다양하게 조합한 여러 전략을 펜타곤에 제시하는 게 전부였다. 최종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은 펜타곤이나 대통령의 몫이었다."

지금은 랜드 연구소가 게임이론을 악질적으로 오용하였다는 비난을 종종 한다. 그런 곳에서도 조종사의 '비용'을 차마 계산하지 못했다는..

요즘은 종종 비난받기는 하지만, 그냥 보험회사에서 쓰는 호프만법 등 다양한 계산으로 그냥 가름한다.

한탄강댐 논쟁에서 아주 역설적인 일이 벌어졌다. 댐 강행 쪽에서는 이전의 홍수로 죽었던 사람들에게 거의 무한대의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했다. 나는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고, 공공 사업의 계산에서 보험 추정치를 쓴다고, 다시 말하면 사람의 목숨값을 가능하면 낮춰서 제시하는 자료들을 디밀었다.

그때 위원장은 kdi 원장이었다. 그나 나나, 참 곤욕스러웠다. 나도 사람의 목숨값을 경제적으로 환원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배웠었다. 위원장은 중립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내가 하는 말이 맞다는 뉘앙스로 회의를 진행.. 잠시 개판 났었다.

이건 이론적이거나 사전적인 얘기이고..

미국이나 유럽의 의료 현장에서 아마도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궁극적인 사람의 가치는 계산할 수 없더라도 우선 순위는 매일매일 계산해야 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현대적 해법을 제시한 사람은 셸링이다. "당신이 당신의 목숨일 수 있다"는 글을 썼다. 뭐, 보수 중의 보수인 경제학자이지만.. 나중에 결국 노벨상을 탔다. 그리고 그가 노벨평화상을 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나도 평화에 대한 기여도로만 치자면, 그가 평화상을 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목숨의 가치라.. 여전히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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