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지내는 중입니다", 요렇게 대답한다. 그게 그냥 논다는 얘기보다는 서로 덜 불편하다. 논다고 하면, 마치 뭘 해내라는 것처럼, 아니면 밥이라도 사달라는 말처럼 들릴 것 같다.

사실 그렇다. 저녁에 큰 애 목욕시키면서 포스와 어둠의 힘에 대해서 한참을 설명했다. 그래서 왜 아나킨이 결국 다스 베이더가 되었는지. 그냥 내 생각인가? 그걸 이해하고 난 큰 애는 문득 더 이상 일곱 살이 아닌 것 같은, 부쩍 큰 것 같다.

아들하고 목욕하면서 포스와 어둠이 공존하는 방식과 결국 '결정'이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아빠가 일찌기 한국에 있었던가? 딱 맞는 예는 아니지만, 큰 애는 요다가 "한다"와 "안 한다"만 있다고 얘기하는 게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뭐, 결국 아주 다른 말은 아니다.

연말, 올해처럼 아무 걱정 없이 연말을 보내는 게 얼마만인가 싶다. 심지어 요즘은 잔고마저도 넉넉하다. 망년회 겸 후배들 술 한 번 사주는 데에는 아무 불편함이 없다.

직장 민주주의 인터뷰 부탁했던 kbs 피디에게 kbs 민주주의 재밌게 잘 봤다고 문자왔다. 사실 인터뷰하고 나면 본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좀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이런 맛에 내가 이 짓을 하지..

해마다 가을이면 형식적으로라도 강의해달라는 부탁이 오기는 한다. 물론 여력 안 되서 못 한다. 올해는 대학강사법 통과 때문인지, 의례적인 연락도 안 온다. 뻔히 아는 사이에 미안하다고 말 할 일이 없어져서, 그것도 좋고요.

세상은 참 어렵다는데, 나만 이렇게 혼자 편해서 되나, 그런 생각을 가끔 하기는 한다. 이런 어려운 문제는, 내년에 다시 생각하기로. 올해 12월은 연말답게, 그냥 즐기고,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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