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는 독서감상문 형태로 책 읽은 소감을 쓰지, 서평의 형식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평... 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농담 보태면 절을 하는 자세로 읽는다. 내용이든 스타일이든,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책을 보는 것이 아닌가? 스승을 대하는 자세로 책을 대한다. 그리고 스승에게 평?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스승을 대하듯이 책을 대해야 나에게 뭐라도 좀 남는다. 하다못해 진한 자극이라도. 그래, 얘는 뭐라고 씨부려댔나, 내 함 봐줄께, 요런 자세로 보면 나에게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좋아하는 책이든 좋아하지 않는 책이든, 일단은 스승을 대하는 자세로 책을 대한다.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의 책도? 물론이다. 설령 그것이 이완용의 책일지라도, 그가 뭔가 자신의 삶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겨나서 쓴 거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책을 본다. 그래서 서평을 쓴다는 게, 여전히 부담스럽고 거북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서평을 쓰게 된다. 참 어렵다. 국내 작가들의 책을 주로 고르려고 하는 편이다. 세상이 그렇다. 누군가의 책을 집어들면,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왜 뺐는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책 한 권을 집어드는 순간, 그보다 훨씬 많은 변명을 하게 된다. 이게 아예 모르는 사람이거나, 볼 일이 없는 사람이면 그냥 눈 감고 있으면 될텐데. 그렇지도 않다. 많은 경우, 이렇게 저렇게 결국에는 만나게 된다. 언젠가 어색한 만남을 하게 되는.

이걸 피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외국 책을 집어든다. 죽은 사람이면 더 편하고. 고전이면 정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고. 설령 엄청 유명한 이 시대 사람이라도, 볼 일이 있겠어? 이게 약간은 비겁하고, 가벼운 방식이다.

에고고... 하면서도 나는 가급적 우리나라 책을 집어든다. 대책 없는 정면돌파 방식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변명할 게 부담스럽기는 한데, 그렇다고 우리 시대, 지금 여기의 질문을 피해나가면 내가 내한테 '쪽팔'..

그래서 이래저래, 독서감상문을 쓰지 서평은 잘 안쓰려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심사위원 같은 것도 안 한다. 평을 쓰거나 심사를 하는 것 보다는, 뭔가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하다보니까 조선일보에 서평을 쓰게 되었다. 이게 약간 기구하고도 우연스러운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게 되면서..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한다. 박노자 서평을 쓰면서, 진짜 많은 점에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곤혹스러운 상황에 나 스스로를 몰아넣게 되었는가.. 난, 원래 그렇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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