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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15:36 50대 에세이
이제 다음 주에 공주랑 대전에서 강연만 마치면 예전에 약속해둔 것까지, 다 끝난다. 지난 여름부터, 강연을 좀 많이 했다. 간만에 사람들도 좀 보고 싶고, 신세진 사람들 부탁도 들어줄겸. 그야말로 겸사겸사, 많이 돌아다녔다. 애들 보는 와중에 잠시 나갔다 오는 거라서, 제주도 갔을 때 딱 한 번 자고왔고, 전부 당일치기였다. 밤 늦게 들어와서 다음 날 애들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그런 생활이...

주로 목포대 같은 지방대학과 도서관들 그리고 사회적 경제 관련한 시민단체 같은 데 많이 간 것 같다. 고등학교도 좀 갔고. 이제 이 강연들이 끝나가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대략 만 명 좀 넘게 만난 것 같다. 시간이 좀 가면서 느껴지는 바가 조금은 있다. 일반 시민들을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이 만난 것은 나도 오랜만이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세상도 변했다. 사람들도 변한 것 같다. 그런 변화가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다. 느껴지는 바가 생각보다 많다.

내가 누구랑 같이 얘기할 것이고, 누구랑 같이 세상을 고민할 것인가? 가끔 그런 걸 잊어버릴 때가 있다. 1년 가까이, 진짜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걸 좀 정리하면서 가만이 지내려고 한다.

그 사이에 방송도 정리했고, 기고하던 글들도 정리했다. 올 12월에 맞춰서,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아무 것도 해야 할 일이 없는 상태, 나는 그런 상태를 좋아한다.

예전 회사에 다닐 때, 현대중공업 출신 부장과 아주 친하게 지낸 적이 있었다. 아버지 뻘도 더 되는 관계인데, 술도 많이 마셨고, 얘기도 많이 했다. 회사 그만두고 공단으로 옮겼을 때, 몇 달 후 새로 옮긴 사무실로 찾아왔던 유일한 동료가 또 그 양반이었다. 아, 종기실 부장이 진짜로 일 때문에 찾아온 적은 있었다.

그 부장 양반은 회사에 붙어 있는 사람이다. 별 이유도 없는데 7시 전에는 무조건 출근한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현대중공업 내부의 깊숙한 얘기들은 그 양반한테 들었다. 나는 그렇게 뭔가에 붙어있는 게 싫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에 묶이고 싶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이들 보면서 겨울이 갈 것이다. 그리고는 봄이 올 것이다. 내년 봄에는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게 될지, 아직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비어있는 진공과 같은 시간을 즐긴다. 그 순간이 가장 편안하다.

오랫동안 나와 친구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대개 77~78학번, 요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가 가만히 있을 때마다, 도대체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는지 궁금해했다. 버티는 게 아니라, 제일 좋고 즐거운 때라고 얘기해도 잘 이해를 못했다.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순간들을 대부분 나는 무시한다.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행사는, 망년회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와의 신년식, 요 두 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쉬는 김에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망년회 3개를 하기로 했다. 동료들과 한 번, 옛날 동료들과 한 번, 나꼽살 팀과 한 번. 간만에 김용민과 통화했다. 상암 근처에서 날짜 한 번 잡기로.

올 겨울은 진짜로 몇 년만에 갖는, 공식적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런 겨울이 될 것 같다. 내년 봄까지는 정말로 아무 것도 안 할 것이다.

지난 겨울은 촛불집회와 함께, 나도 생각이 정지한 순간들을 보냈다.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한데, 사실은 시간과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었다.

이제는 또 다른 흐름이 올 것 같다. 그리고 그 흐름은, 같이 만들어나가는 흐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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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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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15 02:52  Addr Edit/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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