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민주당 당원이었다. 내가 당에 갔을 때, 당 지지율 12%였다. 근혜 시대, 다른 선택을 하기가 어려웠다. 총선도 이기고, 대선도 이겼다. 당원도 차고 넘치고, 정부 돕겠다고 줄 선 사람이 서울산성을 한 바퀴 돌 정도다. 유성룡의 징비록에는 서울 산성의 성첩이 3만개였는데, 임진왜란 때 급하게 모은 사람이 7천명이었다고 나온다. 지금 줄 선 사람이 3만명이 아니라 6만명도 넘을 것 같다.

이제는 모든 게 조용해졌고, 내가 뭐 하는지 관심 갖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원래부터 녹색당 당원이었고, 오랫동안 거기에서 활동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지금이 녹색당으로 돌아가기 제일 좋은 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선 끝나고 당적 정리할까 했는데, 그 때는 몇 명이 말렸다. 그래서 좀 더 기다렸다. 이제는 말릴 사람도 없을 것 같다.

30대 때, 이재영과 약속을 했었다.

당시 민주노동당이 막 원내 들어갔을 때였다. 사민주의 정당도 자리를 잡고, 녹색당도 자리를 잡으면, 이재영과 둘이서라도 공산당 만들기로 했다. 나이 먹고, 더 이상 욕심 부릴 일 사라지면, 공산당 만드는 게 친구와의 약속이었다.

그 이재영은 벌써 죽었다.

이제는 지킬 약속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 그냥 조용히 살면 된다. 그래도 내 삶의 마지막은 녹색당원으로 살아가고 싶다. 언젠가는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그게 지금인지, 조금 더 기다리는 때인지, 그 판단이 아직은 잘 안 선다.

내일 아침에 이재명 만난다. 나도 이제는 판단을 해야 할 순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 당원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이제 없다. 그러나 녹색당 당원으로 하고 싶은 일은, 아직은 조금 있다.


'남들은 모르지.. > 50대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쟁에 관하여  (0) 2017.11.28
증오를 내려놓기  (0) 2017.11.23
10년 후 한국  (0) 2017.11.23
마음은 청춘?  (1) 2017.11.23
문체, 습기, 생기...  (0) 2017.11.23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