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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제 이야기]생태의 눈으로 본 철도 민영화 논의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20세기 초, 대부분의 남자 경제학자들은 철도 건설을 우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고, 이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고 믿지 않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성 경제학자이자, 1차 세계대전을 지지했던 독일의 극우파 남성들이 가장 싫어했던 로자 룩셈부르크는 생각이 좀 달랐다. 실제 그녀는 군인들에게 길거리에서 난타당해서 사망하게 된다. 그녀는 철도가 전통적인 자본주의 영역 바깥으로 손을 뻗어 시스템 외부의 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자국 내에서 외부 착취 요소를 찾던 자본주의가 결국에는 더 큰 외부로 향해 제국주의가 되고, 그 후에도 외부를 찾지 못하면? 결국 붕괴될 것이라고 보았다. 철도에 대해 이렇게 야박한 시선을 보낸 사람은 로자 룩셈부르크 외에는 보지 못한 것 같다.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생태주의자들은 철도를 지지하고, 대중교통을 지지한다. 승용차를 통한 개별 운송이 만들어내는 환경부하보다는 철도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 이유다. 유사한 논쟁은 한반도 대운하를 두고, 배가 트럭이나 승용차보다 온실가스 감축 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할 때 본 적이 있다. 물론 개별 운송보다 유리하기는 하지만, 철도보다 유리하지는 않다.

생태주의자는 유럽에서는 시민사회의 한 분야다. 녹색은 생태, 보라는 여성, 그렇게 색깔로 각각 상징된다.

사회민주주의, 줄여서 사민주의가 노동자들을 대변하면서 전통적인 좌파를 형성한 반면, 생태는 별도로 녹색당을 만들면서 신좌파의 한 축을 형성한다. 그리고 생태주의는 그런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강해져 생겨난 제도적 부패를 견제하면서 출발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지금의 정의당이나 노동당이 집권을 했고, 또 그들이 너무 오래 집권하다 보니 부패현상이 나타나 녹색당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위스 등에선 중간에 농민당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이건 결국 극우파 정당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생태주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사민주의 노선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생태적일 때, 그리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될 때 지지한다. 좌파의 여러 흐름들이 보편적으로 지지하는 공공성에 대해서도,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과 같은 경우 생태주의는 과감하게 반대 의지를 표명한다.

이런 눈으로 볼 때, 지금의 철도 파업은 어떨까? 코레일 41%, 공공자금 59%로 자회사를 만들어 수서발 KTX에서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일을 외환위기 때 한 적이 있다. 바로 거대조직 한전의 발전 부문을 떼어내 6개 자회사로 만든 것이다. 그때는 일부 발전소를 해외에 매각하는 것을 전제로 작업했다. 이후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공공성 논의가 진행되면서 매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는 선진화를 명분으로, 다시 이렇게 나누어진 발전사의 합병 논의를 했다. 정부가 하는 말의 미사여구를 다 떼어놓고 한전 분할과 비교해보면 기술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이를 민영화 ‘수순’으로 보지 않을 방법이 있는가? 게다가 모기업과 자회사 사이의 경쟁이라니, 무슨 해괴한 말을 하는가? 발전 자회사 주주총회 한 번 가 보시라. 한전 간부 한 명, 사무관 한 명이 주주를 대표해서 앉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정부 기조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철도 요금이 저렴해져서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는데, 왜 반대를 하겠는가? 그게 아니라서 반대하는 것 아닌가? 선로는 정부가 관리하니까 민영화가 아니다? 한전은 발전망을 보유했지만, 개별 발전소는 해외에 매각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논리였다. 같다. 생태의 눈으로 볼 때, 철도 파업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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