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다보니 신문 연재를 또 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사는 일이 맘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언제까지 이 칼럼을 계속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던 생태와 경제에 대한 얘기가 어느 정도 한 번씩은 정리되었다고 느낄 때까지는 당분간 가보려고 한다.

 

사람들이 생태 문제에 대해서, 요즘 너무너무 관심이 없다.

 

90년대 중후반, 2010년대가 되면 그래도 이런 일들이 시민들의 일상적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많이들 예상했던 것 같은데, 막상 그 시대가 되었는데, 오히려 관심이 더 줄어들어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힘이라도 좀 보태고 싶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생태경제 이야기]난방비 1년에 50만원인 단독주택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열관리, 이 고린내 풀풀 나는 분야가 아직 흰머리가 나기 전 내가 최선을 다해 일하던 분야였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이 표현을 아직도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기억하지만, 현장에서 내가 느낀 분위기는 도저히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예전 한나라당 정권에서 일을 시작해서 민주당 10년 정권도 경험했고, 다시 10년째 새누리당 정권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에너지 절약 분야에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아무래도 전두환 정권이 아닐까 싶다. 그 시절에 이러한 업무를 맡은 기관장들은 그게 한전이든 에너지관리공단이든, 정말로 나라 지키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일을 했던 것 같다. 그 뒤에는? ‘뭐 좀 쌈박한 거 없어’, 전시성 행정 외에는 별 관심 없어 보였다. 민주당도 그렇고 새누리당도 그랬다.

과학기술이 필요한 분야에는 기술사라는 제도를 두는데, 과거의 열관리기사인 지금의 에너지관리기사 이 분야에는 아직도 기술사 제도도 도입되지 않았다. 돈은 한전이 가지고 있고, 원자력 분야가 가지고 있다. 한전은 전봇대 꽂는 일에만 관심 있고, 원자력 분야는 원전 만드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다보니, 겨울만 되면, 아 춥다, 추워! 이렇게 중요한 분야인데 아직도 기술사 제도가 없다는 게 말이 된다고들 생각하십니까? 원자력발전 기술사도 있고, 뒤늦게 시작한 환경 분야에는 기술사가 여섯 종류나 된다.

하여간 석유 값은 계속 오르고, 전기는 없다고들 난리를 치고,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겨울은 당분간 계속 추울 거라는데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금융 분야에서 걸핏하면 배드뱅크 만든다고, 온갖 삽질 하면서 공적자금이 한 번 들어갔다 하면 10조원 규모인데, 도대체 왜 우리는 열관리 분야에는 돈을 안 넣는 것일까!


EBS의 환경다큐 <하나뿐인 지구> 제작팀과 남양주에 있는 단독주택을 방문했다. 이런 집 한두 번 가본 것도 아니고, 한때 온갖 첨단기술을 두루 구경했던 내가, 오 마이 갓! 진짜로 놀랐다. 막 초겨울이 시작한 때였는데, 집 안이 더워서 정말로 겉옷을 벗고 싶었으나 촬영 때문에 그냥 입고 있으면서 땀을 줄줄 흘렸다. 게다가 올겨울에는 아직 난방도 시작하지 않았다니! 그 집 방문하기 전에 돌아봤던 또 다른 에너지 절약 주택은, 솔직히 좀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뭐야 이건!

단열재를 두껍게 쓴 것이야 그렇다 치고, 정말로 놀란 것은 그 집 창문이었다. 5겹 유리도 보고, 별 희한한 유리도 어지간히 구경을 한 것 같은데, 이 집 유리의 성능에 놀랄 노 자! 양쪽으로 유리를 대고 가운데에 아르곤 가스를 채워 넣은 것이었다. 단열 잘 되는 유리는 많이 봤지만, 진짜로 결로 현상 생기지 않는 실용적인 유리는 처음 봤다. 어린 아기가 있어서 실내 온도를 25도 정도로 유지하는데, 2층집인 이 집 난방비가 1년에 50만원! 건축비가 3.3㎡당 600만원 정도라서 싼 편은 아니지만, 4~5년이면 원금 회수가 가능할 것 같았다. 게다가 요즘은 열교환기를 사용해 환기 문제도 해결된 상태라서, 보건적으로도 우수하다.

단열과 창호를 바꾸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올리면 에너지 제로 하우스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심지어는 아파트도 그렇게 바꿀 수 있다. 문제는 돈 아니겠는가? 알아서들 하시라, 그러면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당장 나도 천장에 태양광 패널을 못 올리고 있는데. 전봇대 꽂고 원전 짓는다고 삽질할 돈 있으면, 여기에 대규모로 돈을 들이자. 독일식 패시브 하우스(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주택), 우리라고 왜 못하겠는가! 일단 돈 안 드는 것부터, 패시브 하우스 기술사 제도부터 당장 도입하자.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212133465&code=990100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