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있는 송현 여고에서 할 발제 준비하면서, 문득 이게 이렇게 간단하게 끝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88만원 세대> 준비하던 시절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책 줄간을 반대했다. 대학생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게 제일 컸다. 그런 청년 문제에 누가 관심을 갖겠냐, 그러면서 다른 책들을 제안했었다.
그때는 노무현 정권이었다. 왜 노무현에게 우호적인 책을 쓰지 않느냐고, 내 주변에서 뭐라고들 많이 했다. 내가 처음으로 투표한 민주당 후보가 노무현이었다. 노무현 정권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랬던 사람도 나였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문제라서, 그렇게 단순한 유불리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의 10대는, 나도 한 번도 못 본 새로운 세대다. 20대 남성에게서 민주당 지지는 30% 될까 말까다. 그렇다면 정의당 지지는? 0에 수렴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10대에게서 민주당 지지자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이유와 논리는 사정마다, 지역마다 좀 다르지만, 어쨌든 결론은 같다.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되었다. 10대들도 정치 논쟁을 하기는 하는데, 주로 중도 혹은 중도 보수, 대체적으로 국민의힘 온건파와 극우파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진다. 좀 극우파가 많은 고등학교에서는 민주당 지지자가 한 명 있거나 없거나, 그렇다고 한단다. 그래도 광주 지역은 좀 다르지 않겠나..
아직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지 않아서, 물어본 것이기는 한데.. 광주의 10대들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지는 않는단다.. 다른 지역의 많은 10대들이 폭도들이 일으킨 반란 사건이라고 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그렇기는 한대.. 진짜로 했던 사람들은 그때 다 죽었고, 지금 광주 민주화 운동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때 도망친 사람들이거나, 무장 해제하자고 했던 사람들이란다.. 고로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국회의원하고, 뭔가 추모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고로 아주 나쁜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래서 민주당 반대!
같은 조건은 아니지만, 유사한 논리를 순천이나 여수 같은 데에서 들었던 적이 있었다. “좋은 놈들은 다 죽었어.”
광주 청소년들의 이런 애기는 아직 단편적이다. 대구 버전에서는 어떻게 구체화되지는 아직 잘 모른다. 하여간 어른들이 잘 모르는, 그들 세상에서의 서사 구조들이 존재한다. 그렇게 해서, 한국 10대들의 사유구조는 물론 그들만이 독특한 라포가 형성된다.
워낙 통계나 알려진 게 적어서, 사회학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 그야말로 문화기술지를 방법론으로 하는 인류학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다.
이런 비슷한 상황을 90년대 프랑스에서 본 적이 있다. 막 국민전선이 극우정당으로 등장하던 시절, 젊은 극우파들에 대해서 프랑스 사회가 경악을 했었다. 그런 학생들하고, 나는 학교를 같이 다니고, 수업도 같이 들었다. 스킨헤드도 있고, 쇠사슬 두르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 중에 한 명이 나랑 아주 친했다. 공부도 되게 잘 했다. 나한테 롣그함수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지 지났는데, 이제 프랑스 극우파는 대통령을 배출하기 직전인 상황이다. 그 사이에 당내 개혁도 했고, 당내 민주화도 했고, 빈자를 대변하는 당으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한 민족주의 정당이고, 외국인 배척이 1번 노선이다. 그 사이에 사회당은 완전 몰락해서,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되었다. 중도 노선을 변경한 마크롱은 연일 퇴진하라고 몰리는 중이다. 2년 전 유로 의회 선거 후 총리는 벌써 물러났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나는 한 번 유럽에서 겪어본 적이 있어서, 차분하게 살펴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때와 차이가 있다. 프랑스의 청년에 대해서 내가 굳이 애정을 가질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한국의 10대는 경우가 좀 다르다. 나는 바로 그 10대 남학생 두 명을 키우고 있다. 아들 또래들이고, 아들 친구들이다. 그냥 남이 아니다.
한 쪽은 민주당의 주축 당원인 40대~50대와 함께 그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은 ‘실버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과 함께 또 다른 극우 블록이 아주 공고하게 만들어지는 중이다.
원래는 일정이나 계획에 없었는데, 이런 10대들의 얘기를 책으로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쓰는 인권 책 마무리하면, 젠더 경제학 책이다. 아마 일정대로 순차적으로 가면 겨울에 쓰기 시작할 것 같다.
<88만원 세대> 때는 지역별 차이에 대해서 크게 부각을 시키지는 않았다. 당시의 20대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때만 해도 그때만 해도 20대들은 경상도 버전, 전라도 버전, 그렇게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10대는 좀 다르다. 강원도와 충청도, 그리고 강남과 강북, 요런 버전 차이들도 좀 존재한다고 알고 있다. 품을 좀 팔아야 하는 연구지만, 요즘은 둘째가 전보다 덜 아파서 좀 움직일 형편이 되기는 한다.
10개 정도의 지역 버전들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여론조사 같은 전체 통계가 없기 때문에, 디테일로 그 약점을 좀 보와해보려고 한다.
책이 좋은 점은.. 언론이나 방송사는 기획 특집 혹은 특별 방송 같은 거 한 번 하고 다시 돌아보기 어렵지만.. 책은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세밀하게 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
방송 같은 것을 만들어볼 생각도 있지만, 도저히 방송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10대들은 10대들에 대한 얘기를 보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업성이 나오지가 않는다. 좀 넓고, 길게 그리고 깊게 보기에는 책이 더 유리하다.
지난 몇 년간 일정에 없던 책을 추가로 쓰는 일은 없었는데, 어쨌든 책 한 권을 중간에 밀어넣기로 마음을 먹었다. 출판사는, 큰 애랑 같은 나이의 중학생을 키우는 아빠와 하기로 했다. 같은 고민을 일상적으로 하는 관계라서.. 이런 얘기들 같이 고민한지 좀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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