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기름을 넣었다. 비쌀 거라고는 생각을 했는데, 6만 원이 나왔다. 3만 원 조금 넘었던 기억이 있는데, 모닝에 6만 원이면 진짜 많이 비싸졌다. 이게 다 트럼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복잡한 것 같다. 

트럼프 충격이 이게, 여러모로 묘하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나 일본에 피해가 갈 것 같은데, 별로 그렇지도 않다. 외견상 제일 피해가 큰 것은 인도인데, 여기는 정권이 바뀔 위험이란다. 그나마 티도 못 내는 데가 파키스탄 같은 국가인데, 중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월급이 끊겨서 국민경제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고.. 게다가 이게 거의 유일한 외환 획득처인데, 외환이 없어서 다른 비상 수급도 어렵다고. 

한국이나 일본은 돈이 있어서, 그래도 어떻게 돈으로 때우고, 넘어갈 수가 있다. 기름에 국적이 있는 게 아니라서, 그냥 사오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원유값 상승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여기는 힘들어도 별로 신경도 안 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부품소재 등 물가가 오르면, 아프리카 혹은 중남미 국가들이 더 타격을 받는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관계가 괜찮은 유럽들이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다. 

기름값이 막 오르면 석유회사들은 좋을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석유회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가 수준은 70~80달러 대다. 이 정도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게 나온다고 한다. 이보다 비싸지면, 석유에 대한 대체가 시작된다. 70년대 석유 파동 때도 그랬지만, 걸프전 때 등 단기적인 석유 위기 때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100달러 넘어가면,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원유가가 비싸지면 석유 회사들이 떼 돈 벌 것 같지만, 수유가 급감해서 가격이 올라가도 큰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석유 대체가 진행된 상황에서 다시 원유가가 내려가면, 완전 폭망각이다. 그래서 석유회사들은 원유가 100 달러 넘어가면 초비상이 된다. 트럼프에게 석유값 올리면 안 된다고 쫓아가서 얘기한 그룹 중에는 석유회사들도 있었다고 알 수 있다. 

아마 한동안 이란은 물론 중동 전역에서 에너지 시설들도 공격할 것 같은데.. 이러면 4년 이상 피해가 간다. 그리고 정상적인 배들의 항해도 어려워지고.. 트럼프 임기 내에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고, 세상은 이란전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하여간 이런 돈 있는 데는 경제적 대안은 물론 기술적 대안도 만들어서, 어떻게든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건데.. 돈 없는 나라들은 이런 게 어렵다. 그냥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낼 수밖에 없다. 

정유회사는 물론이고 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도 어려워지면.. 약간 나간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회사 차원에서 어마무시한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가 기적적으로 회생할 기회를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중동 석유화학 회사들이 타격을 받으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택도 없었던 비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회사들이 기적적으로 잠시 회생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길 수도 있다. 

70년대 석유 파동 때에는 충격이 전체적으로 7년 정도 갔다. 중간에 잠시 쉬기도 했지만, 두 차례에 걸친 충격이..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유신 정권이 길고 긴 석유파동 끝에 무너졌다. 79년부터 이어진 경제적 위기를 80년 공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금의 충격이 석유파동 보다 클 것인가? 

지금부터 한 달 정도가 고비일 것 같다. 일시적인 충격으로 그냥 넘어갈지, 아니면 시설 복구까지 몇 년이 걸리는 그런 빅샷이 될지. 

73년의 석유파동이 그랬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렇고, 실제로 위기 상황이 모두에게 똑같은 충격으로 가는 건 아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 약진하거나 큰 기회를 갖게 되는 나라가 있고, 이전의 좋은 흐름이 사라져버리는 나라가 있기도 하고. 아마 이번의 이란전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확실히 더 큰 충격이고, 70년대 석유파동보다 더 큰 충격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고. 에너지가 평소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지만, 정말로 국가의 근본이기도 하고, 국제적인 관계를 확 엎어놓는 요소이기도 하다. 

모닝에 기념비적으로 6만 원 주유한 날, 다음 일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봤다 (원래 이 얘기를 이번 주에 신문에 쓸까 했는데, 더 중요한 게 생겨서.. 이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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