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렇지만 갑질에 대해서는 좀 안다. 의원실 분위기에 대해서도 좀 안다. 특별히 분위기 안 좋은 의원 방이 있고, 좋은 의원 방이 있다. 좋았던 의원 중에서 3선에 실패한 경우를 좀 안다. 분위기 아주 안 좋은 방에서 초선 끝나고 재선을 못 한 방도 좀 안다. 국회 안 가본지 몇 년 되어서, 최근의 분위기는 잘 모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의원실 분위기가 좋았던 당이다. 계파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계파 정치가 많던 시절에는 진짜로 의원과 보좌관 사이에 동지적 관계인 적도 많았고.. 그냥 지켜보기에는 하극상처럼 보일 정도로 보좌관들이 의원에게 말을 막 하는 것도 보았다. 당신, 이러면 정치 다시는 못해, 이보다 더 험한 얘기들이 오가는 것도 보았다. 최근에 워낙 민주당에 새로 당선된 다양한 분야의 의원도 많고, 또 목숨 걸고 자기들끼리 투쟁하는 계파 정치도 많이 둘어들어서, 요즘은 더 직장 관계랑 비슷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청문회 이후, 강선우의 갑질이 문제냐, 아니냐, 그런 상황은 지나간 것 같다. 다양한 이유로 강선우의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고, 그 사이에서 험한 말들이 오가는 것 같다. 남은 건 대통령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건데, 그냥 묻고 가는 걸로 결정이 난 것 같다. 

비슷한 상황을 생각해봤는데, 문재인 때 동계올림픽 북한과의 납북단일팀 구성할 때가 딱 이렇지 않았나 싶다. 대체적으로 청와대에 있던 사람들은 이게 무슨 사건인지 이해를 못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대한 진전이고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들을 했는데, 여기에서 그 동안 대표팀 준비를 했던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 이런 공정 문제가 터져나왔다. 지켜보기에 따라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 이슈는 작은 소수의 목소리로 묻히지 않았다. 그걸 위해서 수 년간 준비한 선수들에게는 불공정한 일이라는 이 일부의 목소리가..

나중에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채용 문제에서 폭발을 했다. 그렇게 공정은 큰 에너지가 되어서 결국 조국 사태에서 터져나왔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집회가 나뉘어서 열렸고, 문재인 정권은 정권 창출에 실패했다. 

맞냐, 틀리냐,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버티고 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2018년의 평창 동계올림픽 때랑 유사하다. 의원실의 갑질은 직장 관계와 다르다는 얘기는, 사실 그냥 개소리다. 위계에 의한 불공정한 관계, 그게 의원실이나 공무원 특히 국회직 공무원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상한 얘기들 만들어봐야 나중에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정권을 관리하는 것은, 잘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덜 못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권은 시작한지 1년도 지나기 전에 평창 남북단일팀 문제를 잘 대처하지 못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꼭 단일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정을 했더라도, 그래야 하는 이유,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 그런 메시지 같은 게 있었어야 했다. 근데, 이렇게 중요한 일에, 사소한 이유로 시비 건다고 기분 나빠하기만 했다. 그게 결국 정권을 무너뜨렸다. 

지금의 강선우 사건이 그때랑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탄핵 정국이 크게 있었고, 대선은 물론 지금의 특검까지 탄핵 정국의 연속이다. 특히나 윤석열이 저렇게 앞뒤 생각 안 하고 황당 블루스 중이라,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런 탄핵 국면이 강선우 임명과 함께 공정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용을 내세운 이번 정부는 너무 잘 살고, 너무 높은 사람들을 대거 전면에 배치했다. 한국의 엘리트들의 문제라면, 변칙과 반칙 그리고 특권의식이 쩐다는 점이다. 그런 게 ‘유능’인 나라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아직은 그런 나라인데 어쩌겠냐. 강선우 사건과는 비교도 되기 어려운 ‘본격’ 퇴행이 더 터져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고, 공정 국면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위험이 크다. 

젠더 문제에서는 남녀가 갈리지만, 공정에서는 남녀가 갈리지 않고,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한국의 공정 이슈가 폭발력이 높은 것이다. 

문재인에 이어 또 다른 민주당 정부가 공정 이슈 안으로 깊숙이 끌려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개운치는 않다. 한국의 공정 에너지의 폭발력은 아직 다 소진되지 않았다. 그게 폭발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지금 현 정권 들어서 처음으로 그 에너지가 응집되기 시작하는 것을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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