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부산 출장이라서 집에 안 오는 날이다. 둘째 병원 데리고 갔다 오고, 저녁까지 준비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냥 우리 집 어린이들과 밖에서 먹었다. 저녁 때 수영장 갈까 말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제는 자는 것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일 것 같아서 잠시 갔다 왔다.
다음 주부터는 우리 집 어린이들 둘 수영 교실을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인데, 멀어서 차량 운행은 없단다. 두 번 다 당분간 내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수영장 있는 학교를 다니면 그래도 수영 정도는 좀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형편이 그렇지가 않다.
글을 쓰면 하루 종일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완전 집중하는 시간을 하루에 두 시간을 내면, 꽤 뭔가 한 날이다. 30대 때에는 며칠씩 밤 새면서 쓰기도 했지만, 이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급하면 두 시간 보다 조금 더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매일 하기도 어렵다. 중간중간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부탁 받아서 써야 하는 글들도 좀 생기고.
물론 실제 쓰는 시간은 그렇지만, 굉장히 많은 시간 동안 이것저것 생각을 하기는 한다. 그거야 누구나 다 그렇게 하는 거고.
되도록이면 뭔가 한다는 티를 안 내려고 한다. 그냥 조용히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일상을 보내려고 하는 게, 내가 세상과 갖는 타협 같은 것 아닌가 싶다. 수영을 하면 그런 데 도움이 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글쎄.. 내 경우에는 택도 없다. 그 정도 가지고 머리 속의 긴장이 풀리지는 않는다. 거의 사람 없는 조용한 수영장에서 명상 하듯이 수영하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동네 수영장에서 꽉 차 있는 데에서 이리저리 피하면서 수영하다 보면, 스트레스 더 받는다.
그래도 끊임없이 웃을 거리를 찾고,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한다. 올 초까지는 카톡에 생일 뜨면 매번은 아니더라도, 조그만 선물이라도 좀 챙겨서 보내고는 했다. 내가 즐겁지는 않더라도 누구라도 즐거우면 좋은 거 아니냐는 생각이다. 몇 년 전에 정태인 선배 생일이라서 커피 쿠폰 보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뒤에도 같이 술을 마신 적이 몇 번 더 있었는데.. 그래도 그 양반한테 살아 생전에 뭐라도 선물을 하게 된 기억이 덕분에 생겼다.
올해는 둘째한테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생일날 카톡으로 선물 보내는 것도 당분간 그만두기로 했다. 아쉽지만, 당분간은 지출 조절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도 내년부터는 생일 선물하는 걸 다시 하려고 한다. 그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선물인데,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그런 걸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이미 벌써 떠난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에게 다 갚기는 어렵고, 그냥 나도 일상의 즐거움 같은 것으로 선물이나 되는 대로.
진정한 즐거움 혹은 깊은 즐거움, 그런 걸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가벼운 즐거움, 간단한 즐거움, 이런 것에는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큰 공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 정도는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잠시 우리는 즐거운 생각을 혹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