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밀려 있는 거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기는 한다. 밀려도 너무 밀렸다. 내년까지는 꼼짝할 공간이 없다. 이게 뭔가 잘 되서 그런 게 아니라, 진작에 썼어야 하는 게 이래저래 밀려서 그렇다. 

2년 전 가을에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고, 좀 있다가 아버지 쓰러지시고. 아버지 상 치르고, 좀 있다 또 둘째 병원 입원하고, 이러다 보니까 지금 딱 이 형편이다. 도저히 시간 관리가 안 되어서 작년에는 학교도 그만두었다. 좀 낫다. 

미루고 미룬 책 두 권을 이제는 정리하려고 한다. 저출산에 관한 책이 하나 있고, 도서관 경제학도 이번에는 마무리하려고 한다. 

두 권 다 강연이 좀 필요한 책이기는 한데, 지난 가을부터 강연 일정은 거의 안 잡고 있다. 언제 둘째가 아플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곤란했다. 도서관 경제학 같은 경우도 강연이 자신이 없어서 내년으로 다시 넘길까 했는데.. 이게 그냥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올해는 정리하려고 한다. 

먼저 할 건 저출생 얘기다. 사실 진작에 냈었어야 했는데, 앞의 일정들이 끝나지 않아서 많이 늦어진 책이다. 할 말이 없다. 이런저런 제목을 생각해보다가 거의 최종 버전으로 잡혔던 게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였다. 느낌은 딱 이건데, 너무 길다. 그리고 문장이 입에도 잘 안 붙는다. 그래서 결국 한 발 양보, “모두의 문제”라고 줄이기로 했다. 

부제에는 ‘10대’라는 키워드를 넣을 생각이다. 사실 10대라는 말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건데, 그 사이에는 어마무시한 변화가 있다. 요즘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묶어서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것도 좀 애매하고. 예전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에 엄청난 취향의 차이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문화적 취향으로는 한 집단으로 묶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10대에게 얘기하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몇 번 시도해봤는데, 별로 효과는 없었다. <생태요괴전> 낼 때만 해도, 10대 대상의 책으로도 만 부 넘기는 건 일도 아니었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오래 전 일이다. 

책에서 누구랑 얘기할 것인가, 이걸 정하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난의도와 깊이 이런 것들이 많이 결정된다. 

이 책의 청자를 10대로 정한 건, 이제 우리 집 어린이들도 10대에 들어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해주는 얘기 같은 톤으로 이 복잡한 얘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무려면 아비가 자식에게 해로운 얘기들을 해주겠느냐.. 나도 그런 심정이다. 

대략적으로 10여년 전에 탈계몽의 시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계몽.. 그딴 거 통하지 않은지 이미 좀 된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은 없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나도 그런 계몽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슨 변화가 올 것인가, 이런 얘기들을 좀 차분하게 해보고 싶다. 

인구가 줄면 더 많은 사랑이 생겨날 것 같지만, 우리의 경우는 더 많은 혐오가 생겨난 것 같다. 

경쟁압에 대한 얘기를 이번에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하고,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왜 우리는 누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그런 질문들을 좀 던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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