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tbs 라디오에서 아주 조그만 코너를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어디는 가고, 어디는 안 가고,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져서 라디오 나가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게 참.. 시간 관리가 어려워져서 학교도 그만둔 상황에서 뭔 짓인가 싶다. 강연도 얼마 전부터 더 이상은 안 받게 되었다. 전에 약속한 것 몇 개만 남겨두고. 

라디오는 mb 때, 박근혜 때 많이 했었다. 그때는 심지어 팟캐스트도 했었다. 문재인 때에는 거의 아무 것도 안 했다. 나 말고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애들 기저귀 갈아주고, 어린이집 보내느라고 한 시대가 간 것 같다. 예전에 김종인과 그쪽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던 용어가 ‘엔조이’라는 말이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뭔가 하기 보다는 야당 생활하면서도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즐기느라, 즉 ‘엔조이’ 하느라고 아무 것도 안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말이었다. 

문재인 정권 때에는 진짜로 많은 사람들이 ‘엔조이’ 한 것 같고, 마치 그 정권이 영원하기라도 한 것처럼 흥청망청 살았다. 인생의 클라이막스를 맞은 사람이 아주 많다. 김기식 빼고.. 그 시절도 끝났다. 한 때 김기식이 가던 금감원장 자리에 결국 검사가 갔다. 김기식은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뭔 소리 하는 건지. 그냥 잘 처넣기만 하면 금융이 제대로 돌아가나? 이야, 김기식도 검사 정권 눈치 보는 건가? 그럴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아침 여덟시 반에 인플레이션 얘기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이른 시간에 움직일 수도 없고, 전날 일이 있어서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은 어떻냐고 한다. 하이고, 그 다음 날 간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얘기해줄 사람이 이렇게 없나, 문득 그런 생각이. 팬데믹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 분석을 좀 했었다. 올해부터는 꽤 오래 갈 인플레이션 국면이 올 것 같다, 그때의 결론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매일 인플레이션 지표 보면서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정말 조그만 라디오 코너 하나 하는데, 다른 라디오 출연 부탁도 갑자기 늘었고, 기고 부탁도 갑자기 많아졌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해준다고는 했는데, 3천자를 써달라는데, 오매나야. 예전에 전면 연재하던 시절 생각이 잠시 났다. 

어쨌든 아버지 쓰러지신 이후로 시간 관리가 너무 어려워졌고, 결국 그 여파로 학교도 그만두고 강연도 접었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그냥 당분간 조용히 살고 싶고, 글 쓰는 것 외에는 안 해야 하는데. 사는 게 그렇게 맘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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