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를 보면서.. 50대와 60대가 열심히 싸우고, 그걸 지켜보는 20대와 30대는 별 관심 없는 것이 첫 번째 특징. 그리고 20대 여성과 남성은 이제 최소한 정당에 대한 선호로는 차라리 덜 만나고 덜 얘기하는 것이 덜 싸울 상황이 되었다는. 그 두 가지가 특징인 것 같다. 

일본과 다른 점은 한국의 50대 자리를 일본은 70대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젠더 갈등은 그렇게까지 첨예하게 나타난 적이 없다는 점. 

하여간 내가 아는 한 보지 못했던 일들을 라이브로 이렇게 지켜보는 게 신기하기는 하다. 젠더 갈등은 더 심해져서 결국 젠더 전쟁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진행 중인 사안인 것 같다. 원래의 일정으로는 이 맘 때쯤 젠더 경제학 쓰고 있을려고 했는데, 일단은 내년으로 미루어둔 상태다. 별 특별하게 큰 이유는 없는데, 아버지 쓰러지신 이후로 내가 시간 관리를 하기가 너무 어려워져서.. 

어쨌든 젠더 갈등은 진행형은 사안으로 보인다. 이게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모택동 시절에 1차 모순 혹은 제1 모순, 그런 의미의 용어들을 썼다. 계급 갈등이 제일 큰 모순이기는 하지만, 민족 모순이 저개발 국가에게는 더 큰 모순이다.. 그런 의미로. 그렇게 따지면 지금부터 한국에서는 민족 모순보다 더 큰 제1 모순은 젠더 모순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이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다. 페미니즘이냐 아니냐, 그런 것은 오히려 초창기적이고 부차적인 논쟁이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하여간 많은 문제에서 한국은 일단 시작되면 매우 빠르게 전개되어 그 끝을 보고야 마는 경향이 있다. 

많은 것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에 정지하였거나 정체하였는데, 이제 날이 더워지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여나갈 것 같다. 

어떨 때에는 현미경을 들고 들어가는 것처럼 아주 가깝게 클로즈업을 해야 보이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아주 광각으로 멀리 떨어져야 보이는 것이 있다. 어려운 것은, 어느 때 가까이 가야하고, 어느 때 멀리가야 할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방법론에 관한 문제다. 

사회과학 방법론 초기에 공부할 때 ‘disinterested’, 자신의 이익으로부터 벗어나기, 관찰에 관해서 그런 입장에 관해서 배운다. 과연 그런 이해로부터 관찰자가 벗어날 수 있느냐, 혹은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이데올로기이고, 그것도 ‘자본의 음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논쟁을 한다. 이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면 과연 연구의 동기는 무엇인가, 그런 순수하게 객관적이고 탈물질적인 동기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하느냐, 지금 들으면 정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것을 박사 과정에서 한참 공부하던 시절이 문득 생각났다. 

맞거나 틀리거나 가장 명확한 답은 김훈이 했던 것 같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고.” 김훈은 그게 자신이 보수인 이유로 설명을 했던 것 같다. 아니 그럼, 먹고 살기 위해서 뭔가 해야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따지면 300억 원은 있다는 김은혜가 하는 행동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나도 조금 더 이 시대에 맞는 질문과 패러다임에 대해서 조금씩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김포 공항 된다, 안 된다, 백날 매달려 있어봐야 답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야말로 한 발 떨어져서 상황을 봐야.. 

큰 변화가 오는 것 같은데, 사실 이 변화는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맨 앞의 파도만 보인다. 그 너머에 있는 진짜 큰 쓰나미의 본류는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는다. 그게 맨 앞에 서 있을 때의 딜레마가 아닌가 한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좀 더 멀리 보기 위해서는 높은 데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게 누군가 뒤로 돌아가면.. 어, 너 어디가? 그렇게 누군가 말하기 쉽상이다. 키가 커서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높은 데를 찾을 필요가 없는데.. 사람의 키라는 게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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