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경제학은 고등학교 강연 요청이 좀 온다. 어지간하면 고등학교는 갈려고 하는데, 내가 시간을 잡기가 어렵다. 

직장 민주주의도 강연 부탁이 꽤 온다. 코로나 전에는 진짜 많았는데, 정말로 형편 되는 데 몇 개만 했다. 

좌파 에세이는, 하기로 했다가 취소된 게 이래저래 열 개 가까이 되는 것 같다. 확실히 좌파라는 주제는 비인기 주제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혐오재이기도 한 것 같다. 

도서관 한 곳에서 이걸로 강연을 잡아서 간다고 했는데, 결국 그거만 빼고 아무 거나 하고 싶은 거, 이렇게 연락이 왔다. 좌파만 빼고 아무 거나.. 이래저래 없어지다 보니까 환경운동연합 독서모임에서 발제해주기로 한 거 하나 남았다.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면 좌파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기는 한데, 돈만 생각하고 살아온 삶도 아니고, 이것저것 형편 보면서 나에게 유리한 것만 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싫었고. 무엇보다도 인생 후반기를 정리하는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내가 누구냐, 그런 얘기를 좀 명확히 하고 싶었다. 

어제 라디오 방송하면서 “진보 경제학자와 좌파 경제학자가 차이가 뭐냐?”, 이런 청취자 질문에 답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진보와 좌파라는 질문이 답 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그 중에서 이 질문은 가장 쉬운 답이다. 경제학으로 좁혀서 생각하면 이건 정말 쉽다. 사회경제학, 맑스주의 경제학, 케인즈 좌파, 제도주의 좌파, 생태 사회주의, 좌파 경제학도 조금 복합적이기는 하지만, 정의나 분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베블렌은 맑스는 별로 안 좋아했지만, 넓게 보면 제도학파 전통에서의 좌파의 한 흐름을 형성하는 것은 확실하다. 진보 경제학이라는 건 없다. 지금에 와서는 ‘진보’라는 말을 지금 우리가 의미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 

적당히 좀 살면 안되는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살살 살 수는 있지만, 적당히 살기는 싫다. 여건에맞춰, 형편에 맞춰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덜 열심히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때그때 상황 봐서 적당히 사는 건 싫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진작에 했겠지. 

오늘 부천의 어느 고등학교에 가기로 했다. 그 바람에 큰 애가 학교에서 집에 버스 타고 혼자 오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혼자 할 수는 있는데, 내가 있으면 보통은 데리고 왔었다. 둘째 초등학교 3학년 되는 올해까지는 그래도 우리 집 어린이들 하교하고 돌보는 건 좀 더 하려고 한다. 

다음 달에는 어머니 병원에서 인지 검사 받는 게 큰 일이다. 아버지 재산 정리하는 것은 머리가 아파서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6개월 내에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서, 방학 되면 하려고 한다. 지금은 아직 머리 지끈지끈한 일들이 너무 많다. 

어제 아는 사람이 대학교 2학년인 자기 딸 얘기라고 하면서 전해줬는데, 남자들이 ‘개념 탑재’ 안 되면 한국인은 멸종이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 시대에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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