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요양 보험 등급 판정 받을 때 쓴 진찰비 환급해가라고 전화 연락이 왔다. 원래는 어머니 카드로 했는데, 번거로워서 그냥 내 계좌 불러줬다. 문재인 시절에 암 치료와 치매 치료는 확실히 이전보다 나아지기는 한 것 같다. 처음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판정이 나오고 나면 그 다음에는 돈이 확 떨어진다. 나도 아버지 병원 입원비 중간 정산 때 쓴 몇백만 원도 결국 나중에 환급받았다. 몇 가지는 문재인이 개선을 하고 가는 게 있기는 하지만, 그런 얘기가 지금은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 내가 가지고 있던 루틴이 많이 깨졌다. 장례식 겨우겨우 마쳤더니, 그 다음 주에는 둘째가 코로나 확진이라서, 일주일 격리하느라고 또 묶여 있었다. 그러면 그렇게 있는 동안에 밀린 일들을 좀 처리할 수 있나, 그렇지는 못하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아직 아버지가 남긴 재산도 다 파악을 못했다. 하이고, 만 원 미만 계좌가 왜 이렇게 많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여기저기 진짜 다양하게도 흩어져 있다. 아버지 사시는 집을 이사를 할지, 그냥 지낼지, 아주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매일 생각이 변한다. 아버지 돈을 다 모아도 휠체어 다닐 수 있는 집으로 이사 갈 형편은 아니다. 어머니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하이고 복잡다.. 어머니가 평소 때 같으면 이건 일도 아닌데, 지금은 치매가 좀 진행이 되어서 의사결정이 어렵다. 매일매일 생각이 바뀐다. 

애들 학교에서 장례식 때 결석한 거 처리하기 위한 서류로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떼어보니까, 아버지 항목에 ‘사망’이라고 네모 박스 안에 담겨 있다. 기분이 잠시 좀 그랬다. 어머니는 얼마나 사실까? 잘 버티면 10년은 더 사실 것 같은데, 치매와 우울증 그리고 강박증 같은 게 점점 더 심해져서 사소한 일들 하나도 처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눈이 안 가는데, 그래도 누가 보내줘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잠시 살펴봤다. 참 눈 안 가게 정리되어 있다. 평소 같으면 받자마자 쭉 봤을텐데, 진짜 눈 안 간다. 186 페이지인데, 첫 페이지 펴자마자 안철수 향기가 물씬 난다. 뭐가 윤석열 생각이고, 뭐가 안철수 생각이고, 구분하는 것부터 힘들다. 너무 머리 팽팽 돌아야 해서, 몇 페이지 보다가 잠시 보류. 소통이라고 제목을 쓰고 db 얘기만 잔뜩 나온다.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면 이게 소통인가? 아이고, 안 선생.. 

몇 페이지만 잠시 봤는데, 재정준칙 도입한다는 초반부까지 보고 말았다. 딱 드는 생각이, 흔히 모피아라고 불리는 경제 공무원들이 나라 가지고 놀겠다는 생각이. 나는 재정준칙에 대해서 무조건 안 된다,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게 국정 과제로까지 올려서 추진할 일인가 싶은 생각이 문득. 그래봐야 민주당이 아직은 과반이 넘어서 되지도 않을 일인데, 떡허니 국정 과제 앞 부분에 올라와있다. 지출 효율화라는 구정 과제를 제대로 하려면 예산당국과 재정당국을 분리해서 mb 이전으로 돌아가는 큰 변화부터 시도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하여간 안철수의 고집과 윤석열의 무관심이 만나서 서로 결이 다른 정책들이 좀 섞여 있는데, 하나하나가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떻게 통과된 것인지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 사안들이다. 안철수 걸 골라내는 게, 이게 안철수 정부가 아니라서 그렇다. 그가 얼마나 더 힘을 쓸지, 얼마나 더 버틸지,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거 분석도 하고, 토론회에서 발제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내 코가 석자다. 당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서 있다. 이것만 들여다보고 있을 형편이 당장은 아니다. 

일이 너무 밀려서 오늘은 간만에 밤을 새야겠다. 안 그러면 도저히 너무 밀려서 헤어나오지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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