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 반에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내일부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단다. 아이고..

일정을 이리저리 짜서 현실에 맞춰보려고 해도, 이거 참. 그나마 이제는 큰 애가 좀 커서 보고 있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지만, 줌수업 태도는 진짜 개판이다. 과자 같은 거 갔다놓고 계속 먹으면서.. 전에 장모님이 줌수업 하는 거 옆에서 거드시다가 열폭하신 적이 있는. 

중학생 줌수업 하는 거 보다가 폭발한 사람들 얘기 들으면, 사실 이건 아무 것도 아니기는 한데.. 

나도 좀 조용히 긴 시간,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기는 한데. 아이들과 있으면 그건 어렵다. 언제 사고칠지 몰라서, 금방금방 들여다 봐야 한다. 

요즘 사람들이 전화하면 아직 코로나 안 걸렸냐고 물어본다. 글쎄.. 애들도 2~3일에 한 번씩은 키트 검사를 하고, 애들 할 때 가끔은 나도 한다. 그냥 확률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어제 김세연 부탁으로 그쪽 청년학교에서 강의를 했었다. 최근에 윤석열 경제를 어떻게 볼 것인 것, 떠듬떠듬 진도를 좀 나가서, 강의 내용이 괜찮았다. 역시 힘들어도 신상을 만들어야.. 그렇기는 한데, 차분히 앉아 있을 절대 시간 자체가 부족해서. 끙. 전에도 갔었는데, 강의실 근처에 꽤 맛있는 추어탕 집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나서 다시 갔더니.. 그새 망했다. 마음이 아팠다. 단골집으로 늘 가던 동네의 청국장집도 지난 달에 망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봐야 그런 사람들만큼 힘들겠나 싶다 

예전 <불황 10년> 쓸 때 혼자 일하는 법에 대해서 짧게 쓴 적이 있다. 혼자 일하는 법이라고 해서 정말로 혼자 일하는 건 아니다. 수많은 파트너들과 같이 일하고,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렇게 된다. 그렇기는 한데.. 코로나와 일하는 법, 이런 건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수없는 돌발변수에 대처하는 법,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내 주변에는 보수 쪽 사람들도 좀 있다. 회사 생활도 워낙 오래 했고,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이래저래 다 만나게 되는 직업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하이고, 이 인간들이 요즘 제 세상 만난 것처럼 너무 기분들이 좋아졌는데.. 그냥 고개 푹 숙이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버틴다. 

너무 뭐라고 하면 “삶은 정치가 다가 아닙니다”, 이런 크게 의미는 없는 얘기 한 마디 한다. 사실 너무 정치에 몰입해서들 지내는 것 같다. 5년만의 정권 교체라.. 정권 교체를 몇 번은 본 것 같은데, 지금처럼 어수선한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나도 개인적으로 정신 없는 시간들 많이 지나기는 했는데, 지금처럼 골 아픈 일들이 동시패션적으로 생긴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내 주변에서 아내 말고는 모든 인간들이 속 썩인다. 상조회사 알아보느라고 잠깐 검색을 했더니, 후아.. 어떻게들 알았는지 상조 회사에서 전화 엄청 온다. 기다리는 전화는 오지 않고, “고객님, 저희가”, 이렇게 시작하는 전화만 많이 온다. 이게 인생의 이치인가? 

엄한 거 하다가 점심 시간을 놓쳐서 그냥 라면 끓여먹으려고 한다. 어제도 시간 없어서 라면 먹었는데.. 예전에 김종철 선생님하고 농담하다가 생태적 삶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시골에 귀농하고 유기농하는 친구분이 있었는데, 그 집 놀러가면 결국 소주에 참치캔 뜯어서 안주로 먹게 되었다고. 이게 생태적 삶인가,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게 기억이 난다. 라면, 참 철학적 고민을 때때로 안겨주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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