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책 주말 내내 들여다보면서 여기저기 고치다가 일요일 저녁 때 출판사에 보냈다. 39번째책이다. 38번은 팬데믹 경제학. 올해 41번 어쩌면 42번까지 가게 될 것 같다. 틈틈이 좌파에 대한 글을 쓸 책인데, 그게 연내 나올지, 아니면 좀 더 있다가 나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2년 전에는 겁나게 헤매느라 한 권도 안 나왔다. 작년에도 그 여파로 계속 헤매느라 <당인리> 한 권 내고 쫑. 이래저래 다들 밀려서 뒤로 가는 행군이다. 그러고보니 2016년 이후로 힘든 해와 헤맨 해, 그렇게 어려운 시기들로만 차 있는 것 같다. 그리고는 팬데믹.. 모든 것이 일시 정지,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팬데믹 경제학과 정세균 책이 딱 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한 달도 차이가 안 나게 그렇게 딱 붙어버렸다. 몰라, 되는 대로 되겠지.. 

밀려온 책들이 많고, 중간에 에디터가 그만두면서 펜딩된 책인 농업경제학까지 끼어서, 일정 관리가 아주 고달프다. 거기에 아예 강연이 없는 팬데믹 국면이라, 강연을 해야 하는 책들은 내기가 어렵다. 

누가 책을 본다고 그래? 몇 년째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냥 버티는 중이다. 원래도 사회과학은 한국에서 찬밥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마음이 낫다. 나의 타점은 매우 낮다. 

정세균 책은 더 하다. 한 가지 위안점은 “세상에 없던 책을 쓰겠다”는, 내가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지키려고 한 모토에는 맞다는 점이다. 없던 종류의, 없던 스타일의 책을 쓴 것만은 사실이다. 진짜로 이 책을 사는 독자 단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단 한 명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용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써내려갔다. 어떤 의미로든, 그가 뭐든 배우거나, 아니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하여간 나도 사서 고생이기는 하다. 정세균 쪽에서 원고료 준다고 했는데, 되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마음이 가서 쓰는 책이고, 안 팔리는 건 내가 감당할 몫이고. 그 정도 존심도 없으면 책 세상에서 저자로 버티지 못 한다. 원래도 정세균 은퇴하고 조용해지면 쓰려고 했던 책이다. 아, 이 양반, 영 은퇴를 안 하네.. 내가 독자들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썼으면 누군가 사보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 참, 말 편하게 하지만, 심정은 그렇다. 


우여곡절 끝에 39번까지 왔는데, 생각해보니 이제 50권이 얼마 안 남았다. 아마 다음 정권 끝나기 전에는 마무리 될 것 같다. 

50권 나오면 독자들 모시고, 근사한 호텔 같은 데 빌려서, 잔치라도 한 번 할 생각이다. 시작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서 시작했지만, 마무리 만큼은 좀 시끌벅적하게 하고 싶다. 내 식의 로망이다. 

그 뒤에 뭘 할지는 아직 생각해둔 게 없다. 아직은 생각하기 좀 어렵다. 별로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예전에는 50권 끝내면 삼국지를 내 방식으로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잇기는 한데, 그거 별로 재미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 나이에 동네 책방을 낼 것도 아니고, 내가 뭘 새로 거창한 걸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허락할 것 같지도 않고. 아직은 50권, 의미 있게 채우는 데 훨씬 더 신경과 관심이 많이 간다. 

서른 다섯 정도에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래저래 20년이 지났다. 아직은 몇 년 더 책을 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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