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판데믹 경제에 관해서 책을 쓰기 시작한다. 다음 달이래봐야 얼마 남지도 않았다.

연초에 코로나에 대해서 책 써달라는 부탁이 엄청 많았다. 책 한 권 분량을 정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그때는 너무 불확실한 것들이 많아서.. 속공 대신 지공을 선택했다. 판단을 12월로 미루었다.

12월을 앞두고, 이제는 많은 것이 조금은 더 선명해졌다. 원래는 백신 보급 시작되면 그때 쓰면 제일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크게 상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depth와 length라는 변수가 있다고 할 때, 경제 위기는 많은 경우 depth를 고민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length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우에는 지공이 맞다. 많은 것들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이후, 그후에 천천히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수능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외에는 대부분이 내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움직인 것 같다.

거시경제에 대한 책을 한 번쯤 쓸 생각이 있었는데, 아마 이 책이 거시경제에 대한 얘기들을 가름하게 될 것 같다.

아마 4년 정도 지나기 전에 한국은 그냥 선진국도 아니고, 프랑스와 일본은 국민소득으로 넘어서는.. 그런 선진국 1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 코로나는 그런 변화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뭘 엄청나게 잘 해서가 아니라, 다른 데가 너무 못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편안해질까? 내부의 분열은 더 강화되고, 단절 현상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선진국이 되면 선진국 현상이라는 게 벌어질 것이라는 게 된다. 이게 우리에게는 좋을 수도 있지만, 가혹할 수도 있다. 자영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원래도 생길 변화였는데, 코로나가 이걸 더 자극한 것에 가깝다.

세계적 변화도 생겨난다. V자형으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이 위기가 길게 영향을 미친 경우였는데, 우리도 이 순간을 넘지 못하고 80년 공항으로 갔었다.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 유형으로 경제의 구조 자체가 변했다. 길이가 영향을 준 경우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가 그냥 원타임으로 지나갈 문제인가? 팬데믹은 앞으로 또 올 것이고, 어떤 유형이 올지 모른다. 바이러스 자체에 주기성이 있는 것은 아닌데, 점차 출현주기가 주기적이 되어가고 있다. 그 자체는 우연의 변수인데, 사람들이 그걸 주기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과연 크루즈에 진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선사가 앞으로도 그 계획을 유지할 것인가? 힘들거나, 확률을 줄이거나.. 하다 못해 리스크 분산이라도 하거나.

그런 전체적인 얘기들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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