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오디오북으로 나온다. 프롤로그를 녹음해달라고 해서, 오전에 스튜디오에 갔다왔다. 간만에 강남에 갔다왔다.

저녁 때는 네이버 노조에서 영상 강연을 했다. 분당.. 우와. 가는 길도 겁나게 막히고, 오는 길도 살벌하게.

이런저런 이유로 노조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노조에서 오는 부탁은 어지간하면 들어주려고 한다. 노조라는 최소한의 안전판도 없을 때 벌어지는 황당한 일을 좀 목격했다.

노조라면 질색하고, 노조가 없어지는 것이 세상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왕조 시대 생각났다. 왕조가 없어지고, 귀족 아니 평민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지도자가 된 사람들이 저지를 잘못된 일들도 무지하게 많을 것이다. 대통령도 잘 못하고, 부패도 하고.. 총리도 또한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못할 거니까, 왕을 계속 두자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여러모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유럽식이라면 정의당에서 주로 얘기하고, 민주당도 반대하지 않을 얘기지만, 거의 의제로 설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식으로 지금까지 진도를 나가는 중이다.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네이버 노조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냥 내 식의 보람이다. 살면서, 보람 있는 일을 많이 했다.

내년에는 젠더 경제학을 정리하려고 한다. 많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년을 넘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책은 더럽게 안 팔리는 시대를 만났다. 이제는 괜찮은 책을 소개하고, 어떻게든 묻히지 않게 하는 것도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도 버티고, 좀 더 해보려고 한다. 나는 원래도 마이너의 마이너, 어려운 데에서 같이 고생하고, 그런 게 내 삶의 문화와 잘 맞는다.

티 안나게, 조용히 조용히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조용히 관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손을 보태고. 여전히 나는 조용히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동거리가 너무 많아지고, 오늘처럼 두 번씩 강남 아래로 가야하는 일이 벌어지면, 몸이 너무 힘들다.

그래도 먹고 사는 데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할 뿐이다.

연구원장 같은 것도 귀찮고, 무슨무슨 기관장이니, 그런 것도 다 귀찮다. 애들 보면서 조금씩 글 쓰고, 도울 수 있는 사람들 조금씩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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