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 시사인의 김은남 기자네 집에 애들이랑 다 놀러가서 밥 먹고 왔다. 결혼하기 전에도 그 집에서 술 마시고 자고 오기도 하던, 정말 식구처럼 지내는 집이다. 그렇게 알고 지낸 게 20년 가까이 되니까, 애들끼리도 잘 알고.
그 집 둘째 아드님이 중2에서 이제 중3으로 넘어간.. 농업경제학 등 10대 연구에서 중요한 모델이기도 하고. 내 주변의 중학생 아드님, 따님들, 일단 총동원.
하여간 그렇게 놀던 중에 박원순 시장의 전화를 받았다. 오전에 당인리를 읽었는데, 본인이 요즘 주로 하고 있는 얘기랑 너무 똑같아서 일단 전화부터 하셨다는..
소설에서는 서울 시장은 몇 번 나오는데, 그 중에서 과거 장면의 서울 시장은 박원순이 모델인 것은 맞다.
그가 잘 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다. 물론 모든 인간이 그렇다. 그 중에서 에너지 쪽에서는 썩 잘 하는 측면이 있다. 약간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하다. 좀 더 크게 그림을 그리고 했었으면..
그래서 실제로 당인리에서 서울 시장의 모티브는 박원순이기는 했다. 물론 현실의 박원순 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생각을 하는..
이게 소설이 될지 안 될지, 그런 고민을 하던 시절에 현실의 박원순을 보면서, 다른 건 몰라도 에너지 쪽에서는 박원순이 이런 걸 계획했다는 상상이..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다.
당인리에서 중요한 기술적 설계는 시장과 구청장이 사태 이후 수습하면서 했던 일련의 액션 플랜이다. 그리고 이건 '로컬'이 하는 일이다. 나는 한국의 로컬이 지금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여기에는 나의 소망 같은 것들도 좀 담겨있다.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만약 서울 시장이 박원순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그가 서울 에너지공사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나는 좀 다른 방식의 얘기 전개를 생각했을 것 같다.
오세훈 시절의 서울시라면 이런 건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말만 멋있게 하지, 속에는 좀 너무 이상한 게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박원순이 시장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랬던 사람이다. 블로그만 하고 sns는 안 했었는데, 그가 시장 보궐선거에 나오면서 처음으로 sns를 했다.
당인리에는 적지 않은 모델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캐릭터가 서울 시장이다. 그가 이런 분산형 에너지에 관심이 없다면 순수 뻥이지만, 내가 아는 박원순이라면 이랬을 것 같다..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는 한데..
막상 당인리 오전에 너무 재밌게 읽었다고 시장한테 전화를 받고 보니.. 기분이 묘했던 것도 사실이다.
당인리의 핵심 모티브는 서울 시장으로 상징되는 로컬과 중앙의 대립이다. 그리고 전력은 물론이고 에너지 전체에서도 이건 여전히 진행 중인 갈등이고 모순이다.
시장이 거듭거듭 고맙다고 하는데, 잠시 뭐라고 대답할지 답변을 잃었었다.
세상은 어쩌면 좋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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