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을 위한 변명", 요렇게 딱 제목만 써놓고, 그냥 다시 접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정의당보다 더 왼쪽 그리고 더 녹색에 있었다. 그래서 '비주류의 비주류'라고 늘 생각했다. 정의당만 해도, 나보다는 주류 쪽이다.

그렇기는 한데..

2004년부터 글을 써왔는데, 요즘 내가 느끼는 중압감이 가장 크다. 솔직히 좀 무섭다. 그리고 '환영받지 못하는 글'이라는 생각을 지금처럼 크게 받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민주당은 확실히 주류에 가까워진 것 같다. 그런데 포용력은 좀 약한 것 같다. 나도 뱃심은 어지간하다. 그동안 환영받지 못하는 글들을 계속 썼었는데, 요즘은 나도 이 짓을 계속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확실히 좀 이상하다. 포장만 있고, 내용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요즘은 그 포장도 귀찮아하는 것 같다.

그냥 못 본 척하고 말까, 그런 생각이 요즘은 종종 든다. 나도 그냥 '평론가적' 입장에서, 중계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어떨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봤다.

쟤는 저렇대요, 얘는 요렇대요..

그래도 나는 좀 낫다. 이리저리 도망갈 구석도 있고, 영 수틀리면 그냥 아무 것도 안 하면 된다. 아무 글도 안 쓴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정 써야 하면,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그렇게만 쓰고. 그래도 더 써야 하면, "이게 다 삼성 때문이다", 이러고 말면. 별 상관 없다. 그렇지만 이런 내가 정의당을 보면..

선거 망해서 속상할텐데, 사람들이 패도 너무 팬다. 이건 한 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아무 논리 없이 패던 것 같은 방식으로 "이게 다 심상정 때문이다", 이런 것 같다.

나도 심상정이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이 많은 전략적 실수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는 한데.. 패도 너무 팬다.

그럼 세상 좋아지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옆에서 지켜보면, 무서울 정도로 팬다. 그럼 니들은 저 사람들이 고생하던 시절 뭐 했는데,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것 같다.

지켜보면, 무섭다.

너무 무서워서 "정의당을 위한 변명"은 제목만 썼다가 지워버렸다. 너무 무서운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에 글 쓰기 시작하면서, 제목만 써놓고 지운 건 처음이다.

나도 슬슬 글 그만 써야 할 시간이 다가오나 보다.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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