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없을 걸요."
출판사에서 나에게 저자를 찾는 문의도 심심찮게 온다. 저자들이 원하는 출판사는 존재하지 않고, 출판사들이 원하는 저자는 존재하지 않고.
이걸 누가 내주겠냐, 요 문장과, 누가 이렇게 어려운 걸 쓸 수 있겠느냐.. 요 두 문장이 존재한다.
"야, 이 새끼야, 그만 좀 놀고 책 좀 써라."
"싫다, 누가 그런 걸 보겠다고. 난 그냥 놀란다.."
친구한테 전화해서 책 좀 쓰라고 했더니, 그냥 놀고 싶단다. 딱 그 주제에 대해서 잘 쓸 수 있는 녀석인데. 큰 마음 먹고 쓴 책 2~3권 망하게 되면 대개 내 친구 같은 반응을 보인다.
"야, 니 재주가 아깝다."
"됐고. 술이나 한 번 사라."
내 주변에 나보다 유능하고, 머리 팡팡 잘 돌아가는 녀석들 많은데, 책 쓰라고 하면 질색들을 한다.
"너는 운이 좋았잖아."
딴에는, 나는 운이 좋기는 했다. 너무 일찍 터졌고, 그 후로도 요즘 용어대로, "가끔은 터졌다".. '모피아" 때 전체 순위 6등 가본 게 제일 높게 간 거라는데 - 나는 그것도 잘 모른다 - 뭐, 그 정도만 해도. 몇만 부 간 게 여러 권이다. 다 운이다.
하여간 출판사와 저자 사이에, 뭔가 메워지지 않는 논리적 간극 같은 게 있다.
"어이, 김 박사, 책 한 번 해볼텨?"
이렇게 전화를 걸면서, 내가 왜 남의 일에 이렇게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그렇지만 일단 다 모여서 소주 한 번 마시는 걸로 중간 접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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