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에 대한 얘기들을 한다. mb 중반부터 2012년, 그러니까 근혜 대통령 되던 즈음, 역전세난이라는 게 어마무시했었다. 전세 들어올 사람 구하기가 어려웠던 순간이 몇 년간 갔다. 그즈음에 급매물이 진짜 많았다.

집 사서 돈 버는 일은 안 한다고, 학위 받자마자 결심을 했지만, 그즈음에는 진짜 나도 급매물 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지금 7억 정도 가는 집이 2억에 나왔다. 그것도 무더기로 나왔다. 빚을 내서라도 사기만 하면 무조건 돈 된다는 건, 정말 나도 알았다.

그 때가 막 큰 애 태어날 즈음이다. 애 태어나고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돈 빌려서라도 집 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었다. 느무느무 싸게 나온. 햐.. 그때 미친 척하고 집 사서 모았으면 평생 먹고 살 거를 2~3년 내에 끝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들기는 했다. 안 했다. 그래도 가끔 그 때 생각이 나기는 한다.

경제가 진짜로 어려운 거랑, 급매물이랑은 가장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 진짜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싸장님들이 가지고 있던 집들을 내놓는다. 지나가는 복덕방에 붙어 있는 공고들만 유심히 봐도 그 정도 추세는 알 수 있다.

나는 하는 일이 경제학이라, 복덕방 지나갈 때마다 유심히 지켜본다. 일부러 복덕방 상황만 보러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한다. 안면 딱 깔고 복덕방 들어가서 집 가격들 살펴보기도 한다.

지금의 강남 등 급매물, 내가 보기에는 아직 시작도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 많은 사장들이 어렵다고는 하는데, 국가 차원의 위기를 말하기에는, 아직 급매물과 관련된 지수들은 "버틸 여력 있음", 그런 상황을 보여준다.

호텔은 어렵다. 호텔 정도가 아니라 호텔들의 관리업체 자체가 매물로 나온다.

급매물이 막 터져나오면, 그 때 좀 위기다. 반값에 나오고, 그런 공고가 복덕방에 덕지덕지 붙고.. 막상 들어가서 복덕방 아저씨랑 얘기를 해보면 1/3 가격의 집들을 쭉 소개하는.

그게 2012년에 내가 만난 경제 위기였다. 물론 모든 동네가 그런 건 아니다. 위기의 약한 고리들이 그랬다. 그게 강남에서는 주택 급매물이 아니라 전세 급매물로 나왔었다. 전세 가격이 통상 가격보다 너무 싸서 집 들어가는 사람들이 사기 거래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지금의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로 확 퍼져 있는가.. 그걸 실물 차원에서 점검하는 쉬운 지표 하나가 급매물들을 살펴보는 거다. 아직은 시작 안 했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