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이 다시 감옥에 가는 걸 보면서 나도 만감이 교차한다. 40살에 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다시 근혜, 이러고 나니 40대가 이 황당한 것들하고 지나갔다.

그 동안에 나도 분노 이빠이.. 나의 40대를 돌리도. 나는 분노했고, 또 분노했다.

그러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분노하고, 또 다른 분노할 것을 찾고 있지나 않을까? 40대는 그렇게 갔지만, 50대도 그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민주당을 도와주기 시작할 때, 그 때 민주당 지지율이 13%였다. 나는 내가 할만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고, 대선이 끝나는 날, 후보에게 마지막 보고서를 보내주고 손을 떼었다. 10년을 분노만 하면서 보냈다. 그렇게 나머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고쳐야 할 것, 만들어야 할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주로 생각한다. 인기는 없다. 가슴에 불을 붙이는 분노의 언어가 힘은 좋다. 그렇지만 그런 힘, 그런 인기,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그만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분노의 언어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건, 별 인기 없다. 그렇다고 하나마나한 소리만 하고 싶지도 않고.

여성들의 가사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10대 청년들에 대한 농업 교육과 귀농 지원 프로그램, 이런 것들이 요즘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작업하는 것들이다. 대부분 별 관심 없는 분야다. 직장 민주주의도 엄청 관심 없어하고, 조금 잘 난 것 같은 사람들은 내가 전혀 비현실적인 얘기를 한다고 엄청 적개심을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건 분노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뭔가 만들어야 할 것 혹은 좀 더 사랑해야 할 것에 대한 얘기다.

저 놈 죽여라, 이 놈 잡아라, 물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명박은 결국 감옥에 가야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뭐라 그럴 생각은 없다.

언젠가 정말 여유가 되면 '문빠를 위한 변명', 그런 책을 써 볼 생각은 있다. 그러나 1~2년 내의 일은 아니다.

분노가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시기가 있다. 나도 그랬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평생 분노하고, 죽을 때까지도 분노하면서 "최선을 다 해 살았다", 이런 허망한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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