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제학, 중반 들어가면서 감정을 한 번 크게 뒤흔들고 넘어간다. 그건 좋은데, 길이가 형식에 맞지 않는다. 절 하나가 엄청나게 길어졌다. 그래도 여기서는 할 얘기를 하고 넘어가는 게, 후반부를 위해서는 나을 것 같았다. 형식이 뭐가 중요하겠나 싶다.
올해는 넘어야 할 큰 산들이 좀 많다. 젠더 경제학은 가을에 나왔으면 싶고, 도서관 경제학은 연내 나오지는 않더라도 연내 초고는 끝내는 게 일단은 지금 잡힌 일정이다. 다 굵직굵직한 책이다.
2012년 대선 때에는 정말로 맨 앞에 섰었다. mb 시절 후반부, 증오로 뭔가를 했는데, 그 때 이게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것과 만들어야 할 것에 대한 얘기와는 너무 먼 곳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증오만 하면서 사는 것, 이렇게만 사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아이 키우면서, 이제 나는 세상 돌아가는 것과 아주 먼 곳에 오게 되었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은 없다. 애들하고 지지고 볶다 보면 하루가 간다. 그 대신 아주 먼 산을 보며, 내 호흡과 내 흐름대로 뭔가를 조금씩 만든다.
농업경제학은 성과는 모르겠지만, 내 책 인생에서 가장 고생하고 힘들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누구에게 얘기할 것인가, 왜 얘기할 것인가, 이런 기본적인 구성 자체를 다 뒤집어 엎어서 어렵다. 10대에게 하는 얘기인데, 아마도 이 책을 읽을 10대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한 줄 쓰기도 어렵다. 그래도 쓴다. 이게 효과적이라서가 아니라, 이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점심 좀 일찍 먹어야겠다.. 다음 절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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