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한겨레에서 이진경 선생하고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진짜 옛날 생각이 잠시 났다.

유학을 딱히 갈 생각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프랑스는 잘 알지도 못했다. 내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딱히 꿈과 희망 그런 것은 하나도 갖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아온 삶이다. 그 시절이라고 뭐,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변화라면 대학생들이 노조 만든다고 공장 가는 흐름들이 내 앞에서 거의 끊긴. 친구 이재영은 그래도 공장에 가기는 했는데, 일찌감치 갔던..

그냥 당시 민중운동 시작하면서 김수행 선생 같은 사람들 자본론 강의하는 데 반상근으로 지원하는 일이 주로 하던 일이었다. 시민단체 같은 것은 아직 없었고, 주로 민중운동.

그 시절에 사사방이라고 부르던 이진경의 책을 읽었다. 뭐, 그거만 읽은 건 아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정운영 선생이 섰던 논문 특히 강남훈 선생의 논문들, 그런 거 재밌게 읽었다. 학부 4학년 초의 일이다. 아마 결정적으로 이진경 선생의 책이, 프랑스에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다. 알뛰세 얘기도 재밌었고, 다 재밌었다.

그렇게 복잡한 생각을 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단순했다. 나는 사사방을 읽으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에는 참고할 수 있는 게 별 거 없었다. 정운영 선생이 한겨레 칼럼으로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진짜 단순했다. 사사방 정도면, 이거 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뭐, 해보니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서울산업대 시절.. 여기에서 겸임교수를 했었다. 그 때 교양학부에 있던 이진경 선생을 따로 찾아가서 만나지는 않았었다. 그냥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교수 되는 차례였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방폐장 사건이 생기고, 내가 모피아라고 한참 뭐라고 했던 아저씨가 산업부 장관에서 결국 그만두고 서울산업대 총장으로.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되는데, 며칠 고민하다가.. 그래도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많은데, 그렇게 대충 얽혀서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디오스, 산업대 (아내가 속 벅벅 터졌다..) 그래서 이진경 선생하고 같은 학교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지는 않았다.

한 때 윤소영 선생 연구팀에서 같이 연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연구를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은 진짜 그 시절 많이 마셨다. 과천연구소라는 이름이었는데, 과대망상 천방지축을 줄여서.. 아마 과천연구소에 계속 있었으면 옛날 사람들하고 좀 더 같이 공부했었을 것 같기는 한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나도 좀 겁이 났다. 이러다 죽을 것 같았다..

생태경제 쪽으로 새로 사람들 모으면서, 결국 그 시절과도 안녕.

이진경 선생하고 대담할 준비 잠깐 하다 보니, 나도 이진경 처음 읽던 그 엣날 생각이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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