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부터 내년 여름까지, 이승만에 대한 책 한 권을 준비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준비하던 이완용 얘기와 지금 쓰고 있던 당인리가 중간에 만나서 이승만 얘기가 되었다. 나도 내가 이승만 얘기를 쓰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예전에는 내가 욕심이 아주 없었을까? 아주 조금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둘째 아프고, 큰 애와 작은 애를 키우면서, 아주 조금 있던 욕심마저도 나에게서 빠져나갔다. 뭐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래서 이제는 이승만을 쓸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가 뭘 더 바라겠나? 아주 객관적으로, 아주 중립적으로, 내가 본 사실만을 쓸 생각이다.

사진은 중학교 때 사진반을 하면서 처음 찍었다. 그 때 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인화되어 나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았다. 사진만 생각했다.

그게 싫어서 대학교 때 사진을 끊었다. 나중에는 사진 찍히는 것도 싫었다. 30대까지, 찍은 사진도 없고, 찍힌 사진도 거의 없다. 가지고 있는 것도 거의 없는..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사진을 다시 찍게 되었다. 특별히 기계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고, 렌즈도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쓴다. 그래도 지금 쓰는 것 보다는 좀 더 나은 걸 써야한다는 생각은 하는데, 도니가..

이승만을 찾아 다니면서, 간만에 포토 에세이 한 권을 준비하려고 한다. 이승만 동상 같은 거, 약간의 흔적, 그리고 그 때 그 때 만나게 되는 풍경들..

그리고 거기에 늙어가는 내가 느끼게 되는 단상들 같은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난 이제 내 친구들과 아주 다르게 산다. 내릴 수 있는 것들을 내리고, 꼭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일들만 최소한으로 하면서 산다. 아이들에게 뭐 엄청나게 기대하는 것은 없다.

예전에 썼던 글이지만..

부모라고 자식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아쉬움이든 자신감이든, 사랑하는 대상의 삶을 설계하려는 것, 미친 짓이다.

50대에 내가 이렇게 욕심을 많이 내려놓는 삶을 살게 될지, 사실 몰랐다. 그리고 50대에 이렇게 재미있게 사진을 찍는 노년을 보낼지, 20대에는 몰랐다.

미래, 장래, 알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나도 내 미래를 잘 몰랐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 거라는 말을, 중학교 2학년 때에는 정말 잘 몰랐다. 느낌도 안 들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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