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하고 한송이라는 독서모임과 같이 직장 민주주의 책에 대한 강연을 하고 왔다.

 

솔직히, 독서모임에서 책 얘기를 한 건 처음이다. 저자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면서, 독서모임에는 한 번도 안 갔다.

 

내가 좀 저자로서는 비싸게 구는 편이다. 보실려면 보시고, 마실려면 마시고.

 

강연도 거의 안 한다. 방송도 특별하게 인연이 있던 거 아니면 안 한다. 그러다 보니까 독서모임까지 갈 형편이 안 되었다.

 

책 안 팔린다 싶으면, 바로 좌판 걷고 다음 책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다. 좀 뛰면 조금 더 팔 수는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다음 책을 더 정성들여 준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딱 보니까 판매로는 날 샜다.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그냥 덮기도 좀 그렇고. 그냥 죽여도 될 주제는 아닌 것 같고.

 

이윤희 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독자 다섯 분만 있으면 갈 테니까, 주선 좀 해달라고.

 

그렇게 해서 하게 된 게 민변 독서모임이다.

 

민변 독서모임이라고 해서, 변호사만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송이 독서모임에는 주로 선생님들이 오신 것 같고.

 

형식으로는 독자 티타임 하는 것처럼 좀 더 편하게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좀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장소도 그렇게 하기에는 다른 형식이고. 그냥 강연 형식으로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책 내고 저자로는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가하고 나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요즘 책을 누가 읽냐? 그래도 독서모임 같은 게 특히 지역별로 활성화되고 돌아가는 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하기는 하다.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진짜로 전국의 독서모임 한 번씩 돌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형편은 아니다. 애 업고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그나마 큰 애는 이제 곧 학교에 들어간다. 방법 없다. 나도 같이 묶여 있는 수밖에.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는,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내가 마주한 벽은, 날카로운 송곳이 마구 튀어나와 있는 그런 벽과 같다. 직장이라는 곳에서의 민주주의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너무 많기에.. 그냥 침묵의 벽이 아니라, 그런 얘기 하는 쉐키들은 다 빨갱이여..

 

, 나는 빨갱이 맞기는 한데, 언제까지 우리만 이런 식으로 황당한 직장 구조를 끌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삐쭉삐쭉 칼날이 튀어나온 것 같은 절벽을 걸어갈 때에는.. 마음을 비우는 게 최고다.

 

선생님은 그냥 가던 길 가셔요, 저는 제 얘기 그냥 할께요.

 

최대한 낮은 자세로, 그리고 최대한 늦은 속도로, 살살 기어가는 게 내가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대하는 자세다. 화려함도 없고, 풍성함도 없다. 그래도 현실은 변하고야 말 거다. 그게 책이 가진 힘이고, 이 주제가 가진 힘이다.

 

조금은 고단한 삶을 당분간은 감수하려고 한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