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로서 내가 느낀 촛불에 대한 감성이 존재한다.. 그걸 정치적 욕망으로만 느낀 낀 사람들, 좀 거시기하다..) 

 

1.

둘째는 태어날 때 숨을 잘 못 쉬었다. 조선 시대 같았으면 아이와 산모가 다 위험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절에 나는 그야말로 나는 박근혜랑 싸운다고 정신이 없었다. 실제로 박근혜가 아니라 순실이랑 싸우고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이것저것 막는다고 나름 고심을 했는데, 남양주 종합촬영소가 매각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부영건설에 팔렸다. 순실이가 영진위를 장악하고 해쳐 먹었다. 너무 소리소문 없이 성공한 작전이라, 나도 사후에 알았다. 원전 등 에너지 쪽도 순실이가 꽤 손을 뻗쳤다. (나중에 그 앞잡이로 소문난 양반이 나한테 전화해서, 자기는 억울하게 연류된 거라고 했다.)

 

시대는 어두워지는데, 내 삶이 더 먼저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내는 얼마 전에 차장으로 승진했었다. 결국 폐렴을 달고 사는 둘째 때문에 퇴사했다. 방법이 없어서 가사 도우미도 쓰기 시작했다. 그 때 보니까 우리 집이 한 달에 500만 원 정도를 평균적으로 쓰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저것 더 줄일 수도 있지만, 병원비 등 늘어날 돈도 있으니까 평균 내면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사고 유지하는 돈까지 전부 합쳐서 계산하면 그 정도 된다 (많은 사람들은 생활비 계산할 때 승용차 구입비 등을 빼놓고 계산하는 경향이 있다.)

 

많이 쓸 때는 한 달에 500만원, 요즘은 400만원 정도 쓰는 것 같다. 이 정도 선이 도시가계 평균 소득과 얼추 비슷하다. 요 정도 삶이 국민소득 말고 소득 쪽으로 잡은 평균치 정도 된다. 말이 좋아서 한 달에 500이지, 이걸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 원 정도 된다. 1억 원을 받아본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연봉 1억이면 대충 한 달에 천 만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연봉 1억에 이것저것 떼고 평달이면 500만 원 조금 넘는다. 실소득 중심으로 계산을 하면 뭐가 많이 빠진다. 아파트 평수 계산할 때 실평수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수치는, 아이 둘 데리고 월 400만 원 정도면 충분히 많다는 정도다. 아이가 아프거나 뭔가 복잡한 일이 생겨서 돈이 더 들어가면 월 500만 원, 그리고 이게 3만 달러 시대의 한국의 도시의 평균적 가계가 실제로 사용하는 돈이기도 하고.

 

2.

국가를 설계하는 방식이 있다. 내가 설계한다면 한 달에 400만원 정도 버는 가정이면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풍족하기는 하고,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남한테 손 벌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실제 평균치도 이 정도가 평균치다. 그 나라의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니미, 이렇게는 못 살겠다”, 이렇게 입에서 욕 막 튀어나오면 그건 식민지 수준의 경제 행정이다. 유럽의 평균치 가정에 방문하면, 너무 화려하지는 않아도 이케아 가구 같은 것은 손가락질 당한다고 안 쓰는 정도는 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앤티크 가구가 적당히 있고, 약간 폼 나는 바우 하우스 스타일의 모던 가구도 좀 있을 수 있다.

 

독일 사람들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뻥이라고 하겠지만, 실제 저임금 노동자 비율을 보면 그렇게 현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노동자의 14% 내외가 저임금 노동자이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중산층 혹은 그 이상이다. 벨기에는 이게 6%. 확률적으로 벨기에에 태어나면 94%의 국민이 중산층 혹은 그 이상이다. 혹시라도 이민 가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벨기에로..

 

적당히 벌면 왠만큼 행복한”, 이런 게 노르딕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린 죽도록 벌어도 존나게 불행한”, 아주 죽겠다는 단내가 입에서 턱턱 튀어나오는 구조다. 여기부터는 시스템 오류다. 자꾸 인간의 욕망혹은 이기심그런 얘기 하는데,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 한국 사람만 특별히 더 부동산에 욕망이 있거나, 명품 아니면 죽겠다. 특출나게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사유 방식은 다 오류다 (이 얘기는 독일 사람들이 게을러서 못 산다고 하는 유럽식 편견에 대한 장하준 설명이 제일 멋지다.)

 

가구 평균소득 4~5천 사이에 시스템 설계가 맞추어 져야 한다. 그러면 국민의 90% 가까이가 행복의 나라로 갈 수 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그렇게 걸어갔다.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임금과 사회적 임금으로 나누기도 한다. 평균적 가구의 월 지출비의 50% 정도가 사회적 임금인 곳이 유럽의 잘 사는 나라들이다. 다시 말하면 임대주택에 의한 간접적 월세 보조든, 교육비 보조든, 총 지출비의 절반 정도는 국가로부터 나온다. 그러면 월 400만 원을 벌어도 실제 소비는 800만 원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직접 임금의 비율이 90% 가까이 된다. 나라가 해주는 거, “좃도 없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쉽게 비유하면, 우리나라 소득의 절반 가까이가 황당한 사립 유치원 원장 목구녕으로 쑤셔 들어간 거다. 정상적이라면 안 써도 되었을 돈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돈이 전입신고 막고 있는 소소한 불법 집주인 입으로 처 들어간다.

 

내년부터는 아내가 대충 우리 집의 일상적 생활비인 400만 원 정도를 벌어오는 것 같다. 이게 우리 집 재무설계의 기본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기에 생활을 맞추려고 한다. ?

 

내가 경제학 박사라서 그런다. 다른 건 몰라도 지출만큼은 국민들의 평균치 안에서 생활하고 싶다. 그래야 뭐가 불편하고, 뭐가 잘 못 되었는지 좀 보일 것 아니냐?

 

유럽의 선진 공업국가 정도면 월 400만 원의 소득이면 충분히 행복하다. 그 다음에 더 쓰는 것은 진짜로 개인의 취향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월 400만원 소득이면? 평균치 약간 아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집집 마다 먹고 죽으려고 해도 돈이 없다”, 이런 일 벌어질 것이다.

 

이것보다 많이 버는 집 주부들의 상당수가 마트 캐쉬어로 일한다. 백퍼, 자녀 교육비 때문이다. 캐쉬어가 일이 좋다 나쁘다, 그런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먹을 거 사고 나가려고 하는데, 캐쉬어가 내 책을 꺼내면서 사인 해달라고 그랬던 경험이 몇 번 있다. 범상치 않은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그렇지만 자녀 교육비 때문에 멀쩡한 고학력의 중산층 여성이 결국 캐쉬어로 나서게 되는 것, 이건 좀 시스템 오류다.

 

얼마나 있으면 행복할까? 상한선은 없다. 그렇지만 월 400만 원 소득이면 행복의 나라로 갈 기본 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게 내가 촛불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보면서 내린 잠정적 결론이다. 저 사람 한 명 한 명, 가계소득으로 월 400만원 이상은 받게 하고, 그 수입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그게 촛불의 나라다, 그 시절 경제학자로서 내가 했던 생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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