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리그..

책에 대한 단상 2018. 7. 20. 10:10

50대 에세이에서 사회과학 저자를 3부 리그로 표현했었다. 그리고 나는 진짜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관객은 별로 없어도 엄연한 현역이다. 매 게임, 최선을 다 한다. 묵묵히 그냥 할 일을 다 한다. 최선을 다 해서. 아프거나 힘들면, 쉰다. 여긴 1부 리그가 아니다. 대체 선수, 그런 건 없다. 잠시 쉰다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안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의 등판이 기쁘다.

올해 아주 덥다. 내년에는 출간 일정을 잘 조절해서 무더운 7~8월 쉬고, 아주 추운 1~2월 쉬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그외에는, 별 불만 없다.

그래서 친구처럼 지내던 양반들, 요즘 조금씩 찾아서 차 한 잔이라도 하는 중이다. 운이 잘 맞으면 점심 같이 먹고.

나는 77학번들하고 같이 공부했다. 하다보니 그랬다. 실제로 현업 시절에도 그 사람들하고 일을 많이 했다.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 인생의 친구들인 셈이다. 이제는 대부분 은퇴하는 나이들이다. 그래도 한살이라도 덜 먹은 내가 찾아가서 차라도 한 잔.

책이란 게 묘하다. 사회과학은 특히 묘하다. 했던 얘기 다시 안 하고, 다루었던 주제는 다시 안 다루려고 한다. 그러면 이제 거의 다 써서 손 털고, 판 접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써야될 게 더 많아진다. 이것저것 해달라고 의뢰 오는 것도 많다. 점점 는다. 왜 이런지 생각해봤다.

획일성 때문이라는 게 내가 내린 임시 결론이다. 팔리는 거, 되는 거, 유행인 거, 이런 데 다 몰려 있으니까 그 흐름에서 조금만 빗겨간 것들이 다 황무지다. 물론 그게 3부 리그의 정의이기도 하다. 유행을 빗겨난 것, 인기 없는 것 그러나 의미도 없지는 않는 것.

직장 민주주의, 이런 걸 정면으로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을지는 몰랐다. 정색하고 도서관을 분석한 책, 이런 게 없을지도 몰랐다. 농업경제학, 아무도 이런 건 이제 하려고 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이런 주제들이 수 십개가 넘는다.

여기가 내가 게임하는 3부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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