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에 대한 생각

 

 

1.

2012 6, 이 시기를 어떤 때로 기억하게 될까, 그런 질문을 해보게 되었다.

 

아주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명박 정부가 끝나고 그 다음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서 사람들이 멘붕을 호소하는 시기일 것이다. 박근혜 시대를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에서 머리가 뽀개지도록 아프거나 아니면 생각이 멈추어 버릴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또 많은 사람들은, 이제야 자기 세상이 왔다고, 활개치면서 행복해할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부터 들었던 생각이, 이번 대선이 어쩌면 우리가 치루는 마지막 대통령 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한국 정치에 언제나 떠다니는 얘기가 의원내각제의 전설이다. 이건 꼭 좌우로 나뉘어서만 진영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하던 시절에, 녹색당이라면 대통령 중심제 해체하자고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나한테 얘기하던 사람들이 은근 많았다. 좌파 인사들 중에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처럼 정치의 보수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석기 사태 이후로 도무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진보의 몰락, 그런 게 겹쳐지면 의원내각제 방향으로의 개헌이 다음 정부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번 대선은 정말로 마지막 대선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한다면, <스타워즈>에서 공화국이 제국으로 넘어가고, 시즈의 힘이 제다이의 힘을 눌러버리고,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로 변하는 그 순간, 바로 그 시대를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공화국이 제국으로 변하고, 그 제국에 맞서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시 등장해야 하는.

 

영화로 치면, 다스 베이더가 내가 이 애비다라고 하는 기가찬 대사발을 날려주시는 5편도 아니고, 루크 스카이워커가 드디어 포스의 어두운 힘을 몰아내고 제국을 몰아내는, 그런 6편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니라, 생각하기도 싫은, 공주는 죽고, 제다이들도 다 죽고, 아나킨은 다스 베이더가 되고, 요다와 오비완은 도망가는그런 <스타워즈> 2편의 어딘가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빡.

 

이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는데, 이석기 보면서, 이건 도저히 할 수 없는 게임에 들어와있다는 그런 어두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여간 객관적 상황이 이렇다면, 먼 훗날 우리는 이 시기를 박근혜가 풀 파워’, 완전히 힘을 갖추었고, 이 쪽은 지지부진, 무너지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진짜로 이렇게 될지, 아닐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는 명박 5, 근혜 5, 그렇게 10년이 펼쳐져가고, 그 뒤의 5년은 있을지 없을지, 정말로 일본 자민당식의 50년 독재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어쨌든 지난 수 년동안 새누리당이 모델로 삼던 것은 장기독재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일본식 자민당 모델. 진짜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모르지만 하여간 그리로 가고 싶어하고는 했다. 미국식 모델? 미국 모델만 해도 일본 자민당에 비하면 양반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새로운 힘이 등장하고, 뭔가 대단하게 바뀌고, 그럴 조짐은 사실 보이지 않는다.

 

객관적으로는 그렇다.

 

2.

엄마 고양이는 벌써 두 번째 새끼를 낳았다.

 

처음 봤을 때의 산뜻함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시간이 만들어준 아름다움으로, 정말 환하게 피어났다.

 

잘 때보면, 독특하게 눈이 +자 모양이 된다. 두 개의 10, ( +  +  ), 딱 요렇게 생긴 모습으로 잔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예쁘게 모습을 잡아보고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해본다. 사실, 예쁘다. 그러나 내가 너무 화사한 아름다움 같은 걸 보고 싶은 것일까?

 

2012 6월은, 새로 마당에서 고양이들이 태어나서, 어떻게든 살려서 이번 겨울이라도 볼 수 있게 해보려고 내가 아둥바둥하던 시기로 기억이 남을 수도 있다. ‘멘붕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특별히 정을 줄려고 했던 아기 고양이 한 마리는 벌써 고양이별로 떠나갔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뭘 어떻게 해볼 수도 없었다.

 

작년에는 장마철을 세 마리가 모두 잘 버텨냈었는데, 결국 가을이 되었을 때에는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그게 지금의 바보 삼촌이라고 부르는 애다. 지난 번에 냈던 에세이집에 사진이 실렸던, 그래서 책에도 한 번 나왔던 새끼 고양이가 얘다.

 

어쨌든 아름다움에는 치명적인, 일탈이라는 속성이 숨어 있기도 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말이, 눈 앞에 주어진 질문을 피해나가거나, 사회적 변화로부터 눈을 감는다는 것과 같은 순간이 되기도 한다.

 

내일 세상이 망한다 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의 얘기가 멋진 얘기이기는 한데, 박근혜가 풀 파워로 가는 동안에, 나는 열심히 고양이를 돌아보았다, 이건 좀 이상하다.

 

삶은 그런, 조금은 비루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멋지고 중요한 일을 하더라도, 또 세상의 모든 것을 짊어진 것 같아도, 세 끼 밥은 먹어야 하고, 꼬박꼬박 잠은 자야 하고, 틈틈이 세상과 삶에 대해서 사색도 해야 하고, 그리고 수다도 좀 떨어야 하고.

 

3.

어쨌든 한동안 신경 쓰고 있지 않던, 도시계획이라고 부르는, 다가구주택 밀집지역과 같은 공간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나, 그런 생각을 시작한 것은 엄마 고양이의 전신샷에 대한 고민을 하는, 그런 때였다.

 

아름다움이란 과연 뭘까, 그런 생각이 며칠 전부터 계속해서 머리를 맴맴 돌고 있다. <직선들의 대한민국>을 정리하면서, 한 번쯤 내가 생각하는 미학에 관한 걸 정리한 적은 있는데, 그걸 실제로 현실이나 정책에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한 적은 없다. 콘크리트 미학의 세계가, 얼마나 단단하던지!

 

명박 시대라는 질문에서, 강북은 어떻게 가야 하나, 이런 식으로 질문을 조금씩 넘겨본 것이 대충 이즈음의 일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결국 강북도 재건축하고 강남처럼 되어야 하고, 그렇게 못하면 슬럼이 될 거다, 이렇게 얘기하는 요상한 사람들이 꽤 많다.

 

한국의 도시계획 논의에서 슬럼이라는 개념을 전격적으로 들고 왔던 게, <슬럼, 지구를 뒤덮다>는 책을 한국에 소개하면서 내가 했던 일로 기억한다. 이게 돌고 돌아, 어느덧 다가구주택 밀접지를 강남 스타일의 인간들께서, 곧 슬럼으로 될 곳으로 포장을 하고 계시더라, 이런 허무한 결과.

 

그 시점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명박 시대가 근혜 시대로 넘어가는 것을 다른 식으로 보면, 강남 스타일이 한국을 뒤엎는 것과 같다. 그것은 한 편으로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쟁이고, 정치적 패거리의 이합집산이기도 하지만, 시대미학을 둘러싼 전쟁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강북과 아름다움, 요런 질문을 진지하게 한 번 던져보게 되었다.

 

튼튼하게 엄마 젖 잘 먹고 크는 다른 두 마리의 고양이 중에 한 마리에게 강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문제는, 또 다른 한 마리와 구분을 할 수가 없어서, 누가 강북인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3번째 아이는 아직 이름을 붙여주지 못했다.

 

아파트촌을 보면서 아, 아름답구나 생각하는 것과,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을 보면서, 이게 뭐야, 곧 슬럼이 될 곳 아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

 

강북이라는 질문 하나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슬금슬금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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