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이거 참 문제적 작품이다. 요즘 엄청 욕먹고 있지만, 폭스 TV는 여전히 재밌다. 늘 보는 건 아니고 가끔 보는데, 저론 또라이 방송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하다. 물론 그 파격을 보며, 재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내가 자료로 쓸 때에는, 미국 5대호 지역의 중산층 경제 모델에 대해서 분석할 때, 그 이미지의 단초를 <심슨>에서 찾는다.

 

참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아직까지 미국에 가 본 적이 없다. 나도 정말일까 싶은데, 진짜로 간 적이 없다.

 

회사 다니던 시절에는, 미국 출장건이 생기면 늘 위에 상납했다. 난 지나칠 정도로 해외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나도 상사들 눈치 봐야 하는 처지라, 미국 출장을 양보하면 몇 달은 편하게 지낼 수 있다. 그 대신 나는 아프리카나 오지에 있는, 별로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을 주로 갔다. 미국에 꼭 가야 할 일이 가끔 생기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공교롭게 다른 일이 겹쳐서, 하여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요즘도 매년 3~4번은 외국에 가는데, 여행으로 가는 해외여행은 꼭 내 돈으로 간다는 철칙이 있다. 당연히 기초 연구를 위한 곳을 가다보니까, 여전히 미국에 갈 일은 없다. 그렇다고 유럽에 자주 가느냐, 마흔이 넘고 나니 비행기 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진짜 꼭 가야 하는 경우 아니면 안 간다. 자연히 일본으로 몰아서 가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심슨을 재밌게 본다. 시리즈 일부는 사서 봤고, 일부는 빌려서 보기도 하고. 아직도 “I’m your father”, 에피소드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스타워즈 2>를 패러디한 장면이 제일 재밌게 기억난다. 이 장면은 배우들도 실제 연기를 하기 전까지는 이 장면의 시나리오를 보지 못해서, 막상 촬영에 들어갈 때, 내가 맞게 하는 건지,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삼국지-용의 부활>을 촬영할 때, 유덕화가 자신이 아는 삼국지 얘기와 많이 다르다고 당혹스러워할 때,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삼국지에서는 드물게 잘 먹고 잘 살았다, 이렇게 생애를 마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조자룡이, 사실은 조조의 손녀에게 대패하고 죽었다, 그 얘기를 유덕화한테 받아들이라고 하니, 아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지금에야 루크 스카이워커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아들이라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다스 베이더의 입에서 내가 니 아비다”, 그 얘기가 처음 나올 때, 참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 장면은 끝없이 패로디되고 또 된다. <심슨> 다음으로 이 장면의 패로디가 재밌었던 것은, 아직 마크 마이어스가 <슈렉>으로 대중에게 지금과 같이 알려지기 이전 시절. <오스틴 파워2>를 심야극장에서 <매트릭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와 한 방에 본 적이 있다. 그 때 반은 졸면서 보다가도, “내가 니 아비다하는 장면에서는 정신이 번떡.

 

(그 말 많던 <오스틴 파워>의 인트로는 <심슨 더 무비>에서 다시 패로디 되는데, 우리의 바트는, 하여간 얘들은 좀 달라…)

 

리사의 입을 통해서 환경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심슨 더 무비> EPA와 카길의 대립을 축으로 하고 있다. 극장에서 이파, 이파할 때, 사실 웃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EPA 고위직은 몇 사람 아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가 진짜 재밌게 아는 EPA 사람은, NREL 팀장이었는데 DoE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정말 파트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부인. 우리 식으로 따지면, 환경 전공 대학원생 둘이 사랑을 해서, 결국 결혼을 했고, 남자는 에너지 쪽 정부 연구원으로 가고, 부인은 환경부 특채 공무원이 되고. 미국 공무원들도 상후하박이라,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박사 진학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결국 삶이란 도니에 걸린 게 많아서, 초급 공무원 생활하던. 이 시절에 같이 친하게 지내던 국무성 공무원도 한 명 있었는데, 부시가 대통령 될 때, 자기는 환경 전공이라서 이 아저씨 밑에서 공무원 생활은 못 하겠다고 남들 다 부러워하는 국무성 자리에서 사표내고 민간인이 되어버린. , 성격 한 번 정말 끝내주었다.

 

(나중에 이 친구가 미국 와서 같이 일하자고 했었는데, 나도 회사 그만두고 놀던 시절이라 도니가 터무니없이 없었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더라는.)

 

EPA Agency라서 청이고, 한국은 Department, 부로 한 끗발 높다. EPA가 하면 전세계가 따라가는, 뭐 그런 건 아니고, 프랑스는 부총리급으로 오히려 한 끗발 더 높다. 에너지 정책의 전설이 된 오레곤주나 LA에서 뭘 하면 좀 따라가기는 하는데, EPA가 한다고 해서 따라가지는 않는다. 게다가 부시 시절의 EPA명박 시절의 환경부,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한명숙 장관이 시절의 환경부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입으로는 뭔가 할 것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꼬리 내리는. 명박 시절의 환경부는, 아예 입으로도, 대운하 좋아요, 4대강 좋아요, 그러니 국제적으로도 급으로 올려놓고 요지랄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 하는 짓으로만 봐서는, 미국 EPA처럼 다시 청으로 격하시켜도 모자라고, 무슨무슨 본부 의미의 ‘Centre’ 정도 하면 딱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 미국 대통령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터미네이터기 언제 글 읽는 거 봤어?”. 요렇고, 말만 환경청이지, 명박 시대의 환경부 모냥 대충 황당한 짓 하는 기관이 만들어낸 합작품에 결국 우리의 심슨이 해방군으로 나서게 된다, 그런 모티브이다.

 

미국 대통령과 독대도 하는 환경청장은 바로 카길, 바로 그 문제적 기업이다.

 

쌀 시장 가지고 대학원 논문 썼는데, 사실상 카길 가지고 쓴 셈이다. 그 때만 해도 카길은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카길은 잘 모르겠다. 물론 정색을 하고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이유도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한 회사인 것 같다.

 

벌써 5~6년 되었나, 중앙일보 기자 한 명이 카길 기획기사를 다루고 싶다고 해서, 이것저것 내가 아는 대로 자문을 좀 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진짜 실체에 잘 접근은 못했는데, 중앙일보가 원래 보수지라서 그렇쟎아, 그런 건 아니고 진짜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 메커니즘을 알기도 어렵다.

 

농업 쪽에서 무시무시한 회사 거론할 때 늘 나오는 회사가 네슬레와 카길이다. 둘 다 무시무시한 회사이다.

 

6년 전인가, 7년 전인가, 프레시안하고 농업 문제를 진짜로 파고 들어가 보려고 한 적이 있었고, 그래서 약간 숨을 길게 잡고 해외 출장도 가고, 연구진이라도 좀 구성해서 해볼까 한 적이 있었다.

 

결국 그만둔 게, 그 때 걸러 걸러 돈을 대겠다고 나선 회사가, 결국 네슬레.

 

, 그 때는 나도 모골이 송연하게, 진짜 무서웠다. 범을 잡으려면 범의 입에 들어가야, 니가 들어가라, 난 무섭다.

 

쉽게 비유하면, 카길이 네슬레보다 무섭고, 네슬레가 삼성보다 무섭다. 물론 한국 내에서는 삼성이 더 무서울 수 있지만, 삼성은 너무 보이게 하고, 너무 뻔하게 한다. 그런 식으로는 티 안내고 국내 지배도 어렵고, 글로벌, 진짜 장난하나. 카길이나 네슬레 같은 데 움직이는 거 보면, 삼성이 무섭긴 뭐가 무섭냐.

 

IT 산업이 커지고 커져서, 돈 단위가 상상불가가 되었지만, 흔히 1차 산업으로 분류하는 아주 오래된 산업의 오래된 기업들의 끈끈한 시장 관리 방식, 요거 진짜 무섭다.

 

(범선 시절부터 했던 기업의 현대 모습을 보려면 영화 <인사이더>를 보면 약간 알 수 있고, 석유를 둘러싼 살발한 경쟁은 <시리아나>를 보면 된다.)

 

네슬레와 카길의 결정적 차이는, 네슬레는 주식회사이고 카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일종의 생협 같은 건데, 주식을 상장하지 않고 내부에서 모든 걸 결정한다. 주식회사가 되면, 경영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공공연하게 장부를 조작했다가는 엔론처럼 한 방에 날라간다. 주식회사가 규모도 크고, 음모도 많아서 무섭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는 관리 범위에 들어온다. 카길은 주시회사가 아니라서 공개된 게 별로 없다.

 

카길의 상황실에는, 뭐 국무성보다 더 넓게 전세계를 커버하는 각종 스크린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는이 방은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다.

 

봐요, 아무 것도 없쟎아요, 우린 그런 사람 아니예요

 

,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사람들이 멋진 첨단, 그런 데 눈이 가 있지만, 진짜 끈적끈적한 일들은 IT 이런 거랑 상관없는 타이슨 푸드나 몬산토 같은 이름들이 나오는, 곡물회사, 화학회사, 이런 이름들이 나오는 곳이다.

 

타이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곡물 유통 루트, 싱가포르 선물시장, GMO와 관련된 끈적끈적한 음모론, 요런 얘기들이 칙칙하다.

 

<심슨 더 무비>에서 모비트로 끌어낸 얘기는, 진짜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르지만 카길 출신이 미국 환경청 청장이고, 청장 형편에 택도 없는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서, 진짜 무서운 거그런 거 한다는 얘기이다.

 

물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이다.

 

영화가 나온 다음 해에, 우리 가카께서는 이파나 카길 통하지 않고, 바로 미국 대통령과 독대하셨으니.

 

상황이 이런 데, 좀 생각해 볼 것은,

 

원래의 심슨이 나왔던 폭스 TV, 우리 식으로 치면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종편 정도 되는 데인 거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 종편에서, 성공한 에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만들었는데, 여기에 환경부가 등장하고, 환경부 장관으로 예를 들면 4대강 추진 과정에서 미스터 삼성 혹은 미스터 현대 이런 사람들이 등장해서, 좀 살만한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영화를 상영하드라

 

그쯤 되는 얘기이다.

 

우린 이런 거 못하나? 지나치게 상업적이라서 문제라고 하는데, 우리는 상업적인 수준도 지금 못가고 딱 최시중 인식 수준에 서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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