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인가, 러시아 출신의 작가가 체르노빌과 관련된 방대한 인터뷰를 모아서 낸 책이다.

때때로 수치나 기술적 자료보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게 더 중요한 경우들이 있다.

한국어판 서문은 아주 재밌게 읽었다.

구로자와 감독의 <꿈>에 관한 얘기로 시작하고, 체르노빌에서 동물들에 대한 학살 얘기까지는, 정말 전율에 넘쳐서 읽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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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페이지 정도를 겨우겨우 보고, 포기했다.

눈이 더 나빠져서 언젠가 책을 읽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내가 더 책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을 수 없는 첫 번째 책이 되었다.

글자 폰트 자체가 너무 살집이 붙어있지 않고, 인쇄상태도 유난히 흐려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 사러 갔다가, 도저히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어서, 아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구나, 그러고 돌아온게 두 달 전이다.

메모를 연필로 했는데, 3년 전부터는 연필로 글씨를 써서는 내가 읽을 수가 없다. 만년필로 바꿨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나마도 사인펜으로 바꿔야 할지도...

어쨌든 책은 아주 재밌을 것 같고, 꼭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나는 읽을 수가 없는 책이다. 안경을 끼고는 노안이라서 읽을 수가 없고, 5센치 앞으로 눈 대고 읽다가,머리가 빙빙 거려서...

살면서 하루에 두 권씩은 어떤 식으로든 책을 봤는데, 이제는 책을 읽을 수 없는 날이 나에게도 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눈 좋으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여러가지로 섬세한 감정들을 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읽을 데까지는, 슬픈 사건이지만, 사람들이 느꼈을 뒷모습들을 정말 섬세하게 그려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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