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3'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05.13 아저씨, 여서 뭐하능겨? 2
  2. 2018.05.13 책과 레고블록
  3. 2018.05.13 일곱 살 큰 애가 그린 인체 해부도
  4. 2018.05.13 서오릉 산책

 

몇 년 전 일이다. 강변북로에서 운전할 때였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이 흘러나왔다. 원래 팝송 들을 때 가사 잘 안 듣는다. 그 날따라 가사를 좀 신경 써서 들었다.

Man, what are you doing, here?

이 가사가 확 가슴을 후벼팠다. 와... 눈물이 핑 돌았다. 운전하다 눈물 났던 건, 이상훈이 코리안 시리즈에서 삼성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은 이후로 처음.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 나중에 차를 세워놓고 혼자서 10분 넘게 울었던 것 같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이 얘기는 실화였다. 젊은 빌리 조엘이 첫 앨범 내고 실패하고, 스튜디오 근처에서 알바하던 시절에 자기가 겪은 얘기. 그리고 웨이트리스 걸과 결혼도 하고 (나중에 이혼.)

어쩌면 이 노래 가사 한 구절이 내 삶을 크게 바꾸게 된 결정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 아주 곰곰이, man, what are you doing, her... 나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그리고 결국 결정을 내렸다.

애나 보자...

사람들은 지금도 가끔 왜 애를 보기로 그렇게 갑자기 결정을 했느냐고 물어본다. 둘째가 두 번째로 폐렴으로 입원할 때쯤, 나는 여수행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

그 비행기에서 내린 후, 다음 날 광주에서 서울 오는 ktx를 탈 때까지, 내내 man, what are you doing here, 이 생각만 했다. 그 ktx 안에서 최종적으로 결심했다.

애나 보자...

그리고 그 아이가 올해 처음으로 미세먼지 가득 찬 4월에 폐렴 없이 넘어갔다. 오늘 이 아이 손을 잡고 5킬로미터 가량 같이 걸었다.

Man, what are you doing, here?

어쩌면 내 인생을 바꾼 한 마디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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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앉아서 만화책 보고 있고, 둘째는 머리 묶고 레고 블록 하고 있다. 우리 집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소리 지르고 혼내고, 울고... 그런 순간들이 하루에 몇 분씩 있다. 그 시간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천국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 50미리 렌즈. 얘가 다루기는 힘들어도, 가끔씩 느낌 있는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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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그린 인체 해부도.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가끔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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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해야 할 급한 일이 생겼다. 아내랑 교대로 애들하고 시간을 좀 보내기로. 오전에는 아내가 애들 데리고 교보문고 갔다왔다. 오후에는,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서오릉 산책길을 가기로 했다. 둘째는 오늘 태어나서 가장 많이 걸었다. 큰 애도 나중에는 발이 아프다고 했다. 들어간 돈은, 내 입장료만 천 원. 애들은 무료. 맷돼지 나온다는 표지판 덕분에 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재밌게 걸을 수 있었다. 한 두개만 재밌는 게 있어도 아이들은 지겨워하지 않는다. 그 재밌는 게 어른들 눈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문제. 보석 같이 찬란한 나이들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 시절이 잊혀지고 지워진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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