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열흘간 여행이다. 고양이를 맡게 놓을 데가 없어서 고민고민 하다가 길고양이를 6마리 정도 키우는 어느 화가의 집에 맡기기로 했다.

 

속편하게 그냥 동물병원에 맡겨놓을려고 했더니, 거기는 그냥 철장에 가둬두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 집 고양이도 동물병원에서 4달 된 것을 데리고 온 건데, 어쨌든 안 좋다고 한다.

 

우리 집 고양이는 여름에 가끔 집 바깥의 고양이들과 방충망을 사이에 놓고 떠드는 것을 제외하면, 집에 온지 1년 약간 넘는 동안에 혼자서만 살았던 셈이다.

 

사회화, 인간화, 그런 표현을 응용해본다면, '고양화'가 너무 안된 넘이다. 나도 고양이를 꽤 키워봤지만, 이렇게 잠자리를 파고 들고, 도무지 자기가 고양인지 사람인지, 분간 못하는 넘은 처음이다. 새끼 때부터 사람들하고만 커서 그런 것 같다.

 

여러가지 황당 사연들이 많은데, 그 중에 최고는, 툭하면 베게를 베고 잠을 잔다는 점이다.

 

식빵자세 혹은 잠수함 자세가 기본 자세로 알고 있는데, 내가 베게 배고 옆으로 자는데, 꼭 그 모양 그대로 잔다.

 

미친 넘.

 

하여간 여섯 마리 고양이 있는 집으로 열흘간 보내는데, 완전히 학교 가는 셈이다.

 

사흘 정도 혼자 둔 적이 있었는데, 혼자 있다가 열불이 났는지, 부엌에다가 똥다 싸놓고, 경향신문 위에다 촥, 오줌을 지리고.

 

열흘씩 혼자 두는 게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누군가 와서 좀 돌봐주라고 말할 그렇게 만만한 사람도 없고, 이래저래 자신이 없어서.

 

조금 있으면 화가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라서, 그야말로 고양이 기숙학교로 갈 시간인데.

 

자신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모르고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고양이한테는, 이게 마법사들이 가는 호그와트 같은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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