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시대다. 

현대 시절 이계안에게 들은 얘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막 건국하고 가난하던 시절에 인재들이 주로 군대로 많이 가서 군에 사람들이 가장 많았을 것이라고. 

그렇게 군부 정권의 시대가 형성되었고, 꽤 길게 갔다. 

군인들의 뒤를 이었던 것은 변호사들의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공주님의 시대 앞뒤로 변호사들이 대통령이 되었다. 극우부터 극좌까지, 하여간 변호사들이 쫙 깔렸다. 

ceo들의 시대가 한 번쯤 올 것 같았는데, mb는 너무 못했다. mb는 바보는 아니다. 뭐가 돈 되는지 눈이 밝은 사람이었고, 돈이 정말 안 되는 것을 골라내는 데에는 탁월한 재주가 있던 것 같았다. 아마 그 옆에 있던 이재오가 조금만 더 아는 게 많아서, 한반도 대운하 같은 데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ceo 정권은 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다. 결국 mb는 감옥 갔다. 

아마 mb가 좀 더 성과가 있었더라면 안철수에게도 흐름상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mb가 개판치고 난 뒷끝이라 그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아마도 오랫동안 ceo 출신에게는 대규모 기회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 mb가 남긴 상처가 오래 간다. 

운동권의 시대 혹은 활동가의 시대가 있었다고 할 수도 있고,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아마 문재인이 조금만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역사의 흐름이 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자세와 품격으로는 최고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도 너무 법에 기대어서 통치하려고 했던 것 같다. 심성이 좋다는 것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은 좀 다르다. 

그렇게 짧았던 운동권의 시대는 끝났다. 그 시대가 이어지지 않는 것은, 청년들과 이 흐름이 극상을 형성하면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싶다. 논리적인 것은 몰라도 감정과 문화 면에서 극과 극이 되었다. 20대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는 집단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통치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바야흐로, 검사들의 시대가 되었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회의에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가고 있는데, 최근 몇 년처럼 검사와 경찰들을 자문회의 같은 데에서 많이 만난 적이 없다. 어색하다. 그래도 지금은 그들의 시대다. 

군사 정권과 검사 정권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하여간 통치의 출발은 처넣는 것으로부터. 경제로 보면, 이렇게 힘으로 통치하는 집단이 한국에서 결국에는 매달리는 것이 수출이다. 군사 정권도 그랬고, 검사 정권도 그렇게 한다. 

수출은 많은 것들이 모여서 생겨나는 경제의 최종단의 모습이다. 그걸 위해서 경재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경제를 운영하다 보니까 수출이 늘고, 그렇게 되는 거다. 일종의 수출 페티시즘 같은 건데.. 말단 수치만 보다 보면 "그래, 결국은 수출이야", 이런 결론을 내리기 쉽다.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경제 인식이다. 

검사들이 수출 관련 회의를 만들어내는 건, 너무 익숙하다. 박정희는 물론 노태우 때까지 연말이면 수출 밀어내기 같은 걸로 연간 실적관리를 했다. 수출을 잘 하려면 뭘 해야 하나? 짧게 보면 단가 후려치기다. 

단가를 낮추는 단기적 처방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지금 검사 정권이 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을 목을 잡고 쥐어짜는 방식이다. 더 일하고 덜 받아가. 또 하나는 생필품 가격 안정화처럼 일상 비용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인플레이션 관리에 실패한 게 검사들이라, 이건 언감생심이다. 하려고는 하는데, 워낙 복잡한 메카니즘이라서 개념 탑재가 좀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임금을 깎거나 노동 시간을 늘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아마 두 개 다 할 것 같다. 

이런 검사들의 정권이 얼마나 갈까, 그리고 검사들의 자리를 대체할 다음 집단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남았다. 

아직 남아있는 미개발 집단은? 모피아들은 스스로 정치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냥 옆에서 부수적 권력으로도 만족했다. 일반 공무원들은? 글쎄다. 아직까지 공무원 출신으로 대중들이 납득할 만한 정치 지평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국회의원 싫어하는 것만큼 무의도식 한다고 공무원 싫어한다. 뿌리 깊은 혐오 같은 게 있다.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검사 정권이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다는. 너무 거칠고, 너무 직선적이다. 대화가 많고, 과정이 긴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검사들은 말이 짧다. 몇 달 동안 지켜본 걸로는 상명하복이 하나의 특징이라면, 또 다른 특징은 이면계약이 아닐까 싶다. 하는 말과 실제로 하는 일이 다르다. 아마도 통치자와의 이면계약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상황이 딱딱 맞아들어간다. 

이런 통치의 한계는, 대중들이 집단적으로 똑똑해지면 말과 행동의 차이가 점점 더 거칠게 드러난다는 점 아닐까 싶다. 

짧고 거친 어투, 이걸 자꾸 검사들이 신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하던 일이 아닌 분야로 오게 된 검사들의 특징인 것 같다. 신세대라서 그런 게 아니라 검사라서 그런 것.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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