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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날의 기도

2018.02.05 20:25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아는 분이 글 부탁하시면서 저녁 때 멜로 보내주신 사진...)

 

 

정말 추운 날이다. 내일은 더 추워진단다. 집은 따뜻하다. 일곱 살 큰 애는 혼자서 책 보고 있고, 다섯 살 둘 째는 혼자 로봇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손이 끼었다고 울면서 뛰어온다. 일하다 늦게 들어온 아내는 내가 비벼준 비빔밥을 맛있다고 크게 한 입 먹었다. 나만 혼자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도 괜찮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특별히 되고 싶은 것도 없지만, 특별히 미워하는 것도 없는 삶이 되었다. 누가 뭐라고 하면, 그냥 그러세요 하고 만다. 뭔가 갖고 싶은 게 생기면, 너무 비싸, 이러고 만다. 행복하기 위해 먼저 불행해져야 하는 건 이젠 좀 지겹다. 그리고 더 큰 행복을 위해서라고, 더 큰 혐오를 갖는 것도 이젠 좀 피곤하다. 추운 날, 따뜻한 집에 있으면 더 바라는 게 없다.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고, 냉장고에 적당히 먹을 게 있고, 집은 따뜻한데, 뭘 더 바랄 것인가? 천국의 모습을 누군가가 그린다면 이것과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재용이 감옥에서 풀려났다. 아주 희한한 판결이 나왔다. 그들을 위해서도 잠시 기도. 지옥갈겨! 잠시 생각하다가 기도를 한 마디 더 한다. 생지옥 갈겨! 그들의 부모들을 위해서도 잠시 기도. 아멘...

천국을 먼 곳에서 찾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추운 겨울, 잠시만 돌아보면 사방에 보살이고, 천국은 천지에 널렸다. 추운 날, 더욱 감사하고, 힘든 사람들에 대해서 잠시라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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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haejinyujin 2018.02.06 23:15 신고

    오늘 한양대 강의 재밌었습니다^^
    추운날 걸어 집에 오니 저도 좋습니다
    50년간 두번째로 춥다는 입춘을 보내며 다른 걱정은 제쳐두고 추위도 매우 위협적입니다
    밖을 서성대는 길냥이가 맘에 걸리네요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랑 쟤랑 이렇게 환경이 틀립니다
    나가서 뭐라도 해주고 와야할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고 가족의 건강을 빕니다^^

    • 네, 저도 의미있는 자리에 같이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추운 겨울, 길냥이들은 시련의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