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에서 허슈만의 새 책이 나온다. 음, 새 책은 아니고, 1991년 책인데, 출간된지 딱 20년만에 나오는 셈이다.

허슈만의 책 중에서 국내에서 번역된 건 'The Passions and the Interests'라는 책이 있는데, 이건 박사과정 세미나마다 매번 내가 학생들에게 읽히는 책인데. 절판되었다.

유명한 책은, Exit, Voice and Loyalty라는 1970년 책이다.

허슈만은 좌파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하고, 70년대 분류법으로 정치경제학으로 하기에도 좀 아닌데, 하여간 비주류 중의 비주류 같은 사람이고, 그런 관계로 노벨경제학상을 못 탔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정부 움직이는 데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움직이는데, 허슈만은 미국 정부의 경제자문 역할도 오래 했었고, 중남미 국가에서 실제 경제 자문관 역할도 꽤 한 사람이다.

폴 사무엘슨의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속하지 않고, 그렇다고 정치경제학의 계보에도 기계적으로 들어가지 않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 과정에서 맹활약한 사람이, 프랑스의 Bernard Rosier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했던 독일인인 Albert Hirschman, 이 두 사람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Bernard Rosier의 제자 중 철학 쪽을 맞겼던 Andre Nicolai한테 공부를 하고, 생물학 쪽을 맞겼던 Rene Passet의 제자들이 새로 시작한 생태경제학 흐름에서 학위 공부를 했다.

(마지막 지도교수는 Michel Rosier였는데, Bernard Roseir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만... 차마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라서 물어보지는 못했다.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알고 있다만.)

어쨌든 이 베르나르 로지에 쪽의 학풍에서,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허슈만은 신이었다.

대학원의 꽤 많은 과목에서 허슈만의 책을 읽도록 했는데, 처음 그의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정말이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난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신, 어쩌면 그를 묘사하기에 적합한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유일신 세계에서는 신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대단한 권능을 상상하지만, 희랍식 다신교의 체계이거나 아니면 켈트족처럼 별의별 정령과 님프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가끔 가다가 그렇게 큰 권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찌부러진 신들도 종종 있다만.

한국에도 허슈만의 생각은 초기 경제개발 시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걸로 알고 있는데, 그의 이름은 잘 거론하지는 않는다.

'저개발 국가의 불균형 발전 전략', 이게 바로 허슈만이 45년도 이후 여러가지 UN 경제기구에 영향을 주었던 바로 그 개념이다.

91년 허슈만 책의 한국판에 해제를 맡게 되면서, 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한 때 세상을 움직였고, 여전히 매력적인 이 경제학자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할 것인가...

출판사에서는 제목부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반동의 수사학>이라는, 직역 제목을 일단 달았는데...

Rhetoric of reaction에 어떤 번역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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