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년에는, 영화를 아주 많이 봤다.

 

언터처블

 

아르마니가 미국 진출할 때 영화 비지느스와 손을 잡았었는데, <어메리칸 지골로>와 <언터버블>이었다. 이탈리아계 깡패들이 아르마니를 입게 만든 영화. 최근 기성복과 맞춤 양복 시장에 대해서 몇 가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오래 전 영화지만 아르마니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좀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본 영화이다. 같은 캐빈 코스트너가 등장한 <D-13>과 비교하면서 봤는데, 확실히 아르마니 선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 같다.

 

팰리컨 브리프.

 

얘기만 듣다가 보기는 처음 봤다. 화학회사와 생태계에 관한 영화라는 관점에서 보니까, 만약 포스코와 광양의 괴질병 사건과 관련된 영화를 만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런 질문이 들었다. 지난 정권의 일인데, 광양 사건과 관련해서 보도자료를 환경단체와 같이 돌린 적이 있었다. 정말로 신문사 국장들 회의가 있는지 몰랐는데, 그런 게 있다는 걸 진짜로 처음 알게 된 사건이었다. 아무 신문도 다루지 않았는데, 역시 포스코가 쎄긴 쎄구나 싶었다. 내가 그렇게 무서운 회사와 10년 동안 일을 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전한테는 개겨도 별 일 안 일어나고, 삼성 비판해도 실제 일은 잘 안 벌어지지만, 민영화 이후의 포스코는, 대한민국의 진짜 언터처블의 클라이막스이다. 팰리컨 브리프는, 그런 미국 최고의 부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본,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영화이기도 하다. 줄리아 로버츠와 전도현이, 내가 보지 않는 영화 리스트의 1번인데, 그걸 처음 깼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중에, 전도현이 나온 것은, 류승완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안 봤다. 이유는... 없다. 그냥 싫어서.

 

강철중, 공공의 적 1, 공공의 적 2

 

프랑스 문화원에 놀러갔다가 강철중이 있어서 DVD를 빌려 왔다.

 

또 볼 영화는 아니다.

 

마파도 2

 

마파도 시리즈는, 좀 더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이문식이 나오면, 아무리 헐렁한 영화라도 재밌다. 한국 영화에 그런 최강의 조연들이 좀 있다. 이문식, 유해진, 그런 최강의 조연들. 만약 나한테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오왕재' 안길강을 뽑을 것이고 - 바로 <짝패>의 그 오왕재 - 그 다음으로는 유해진을 꼽을 것이다.

 

연애의 목적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재밌었다. 강혜정이 나온 영화는 처음 본 것 같은데, <웰컴투 동막골>은 한 번도 전편을 제대로 앉아서 본 적이 없고, 워스터 영화 리스트에 들어갈 정도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영화이지만. 그래서 강혜정의 연기를 차분히 본 것은 처음이다. 약간 토 나올 듯한 몇 번의 과장을 제외하면, 악동스러운 어느 한 여성의 삶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현실성은, 아주 높아보였다.

 

알 포인트

 

왜 만든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다. 재갈량이 베트남 쳐들어갔을 때 생겨난 전설이 아닐까, 그런 택도 없는 생각을 하면서, 아, 저기에서 중국분들이 그렇게 삽질들을 하셨군, 그 생각이 잠깐 들었다.

 

조용한 가족

 

보다보다 포기했다. 재미없는 영화 참고 보는데에는 나도 어지간히 자신있었지만, 결국 포기했다. 간만에 보다가 만 영화가 되었다.

 

해변의 여인

 

홍상수 영화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고는 처음 보는 영화이다. 난 원래 예술 영화는 안 본다... 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 사람이 두 명이 있는데, 내가 B급 영화를 자처하고, 진짜로 B급 영화만 보게 만든 사람이 봉준호와 박찬욱이다.

 

좀 다른 이유지만, 홍상수, 박찬욱 그리고 봉준호의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이 사람들 영화가 너무 싫어서 나는 이 영화를 안 볼 이유를 찾아야 했고, 그러다보니 B급 영화만 본다, 그렇게 된 거고,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 정말 B급 영화 정서가 생겨나게 되었다.

 

봉준호 영화는, 결혼이 파혼으로 끝날 뻔한 적이 있었다. 아내가 <살인의 추억>의 시나리오와 스크립트를 미리 본 적이 있다고 결혼하기 전 같이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아내와 내가 했던 첫 번째 싸움이었다. 영화 중간에 나는 그냥 나가자고 했고, 아내는 그냥 더 보자고 했고... 그 길로 나와서 나는 이 여인과는 결혼 못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냥 토 나올 뻔한 걸 참으면서 끝까지 봤다. 피장파장이 된 것은, <디 아이2>를 극장에서 봤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나가자고 했는데, 내가 끝까지 봤다. 어쨌든 나에게 <살인의 추억>은  올 모스트, <파혼의 추억>이 될 뻔한 영화였다.

 

그 후에 <괴물>은,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이 꼭 보라고 해서 갔다가, 결국 녹색평론에 기고하지 않기로 한, 결정적으로 녹색평론과 헤어지게 된 계기가 된 영화가 되었다. <괴물>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같이 철학과 세상에 대해서 깊게 논하는 것은 곤란하다... 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나는 민감하다. 연세대학교 강사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바로 이 영화 <괴물>에서 시작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봉준호와는 아무런 감정이 없지만, 그의 영화관과 세계관과는 한 지붕을 얹고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할만큼, 토의 절정이 놓여있는 세계관이다.

 

박찬욱은... 안 본다. 한 편도 본 적이 없어서, 얘기할 것이 없다. 다만, 내가 만들고 싶은 세계와는 그가 살아가는 세계는 좀 다른 것 같다.

 

홍상수는, 봉준호와 박찬욱 사이에 끼어서 괜히 안 보는 감독이 되었다. 사실 별 이유는 없는데, 그냥 그렇게 사람들이 같이 묶는 바람에 어느새 나도 두 사람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좀 있었던 것 같다.

 

<해변의 연인>은, 영화 <짝패>를 제외하면 21세기가 들어와서 내가 본 한국 영화 중에서는 두 번째로 재밌는 영화일 것 같다. 현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해변의 연인>은 그런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고현정이라는 배우를 다루는데... 정말 이만큼 잘한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홍상수의 영화를 조금 더 찾아서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얼마 전에 본 <여배우>라는 영화에서 보여준 고현정의 모습에 대해서 조금 더 차분하게 찾아볼 생각이다.

 

웩더독

 

책에서는 많이 봤는데, 진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치를 비판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이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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