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한테 오늘은 덕에 대해서 가르쳤다.

왜 양보를 해야 하는지, 같이 잘 지내기 위해서 왜 먼저 자기 입에 넣으면 안 되는지. 그런 인생 사는 얘기들을.

그렇지만 맛있는 거 보면 먼저 먹고 싶지? 원래 사람이 다 그래.

큰 애가 막 웃는다.

그렇게 하는 걸 덕이라고 불러. 배워야 하는 거지, 원래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큰 애한테 제일 먼저 가르친 것은 장애인 친구와 잘 지내는 법에 관한 것이었던 것 같다.

빌라 사는 친구나 아파트 사는 친구나, 다 같은 친구고, 절대로 그런 걸 따져서는 안 된다. 그런 것도 얼마 전에 가르쳤던 것 같다.

벌써 애들 사는 사이에서도 계급이 갈라지는 게 느껴진다. 좀 여유 있는 집들은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가기 시작한다. 이미 학원 뺑뺑이 도는 애들이 상대적으로 좀 넉넉한 집인 것 같다.

부모들이 애들한테 붙어 있기가 어려운 우리 집 같은 집이 돌봄 교실에 남는다. 1학년 때는 안 그랬는데, 2학년 끝나가니까 애들도 그런 거 대충 아는 것 같다.

가르친다고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나이에 배워야 할 덕목들이 좀 되는 것 같다.

나는 우리 집 애들 엄청 학원으로 돌릴 생각도 없고, 기를 쓰고 사립학교에 다니게 할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폐는 덜 끼칠려고 하고, 늘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많은 경우, 양보하면서 살았고, 내가 손해를 좀 더 감수하는 쪽의 선택을 하면서 살았다. 물론 늘 어버버하면서 산 건 아니다. 양아치는 주변에서 멀리 하면서 살았다.

다른 건 안 까다로운데, 밥 먹고 술 먹는 건 엄청 까다롭다.

모르는 사람하고는 가급적 밥은 같이 안 먹고, 밥 먹으면서 인사하는 일은 거의 안 한다. 인간적으로, 밥은 좀 편하게 먹고 싶다.

술 마실 때에는 더 까다롭다. 30대가 지난 이후로, 술 마실 사람들 정확하게 멤버 구성이 안 되면, 그냥 혼자 마시고 만다. 맥주 한 잔 마시러 2차를 가게 될 때에도 미리 정해진 동선이 있는 경우에만 간다.

술 마실 때에는 맛집 안 가고, 너무 분위기 좋은 곳도 안 간다. 적당히 넓고, 조명 밝고, 너무 시끄럽지 않은 곳. 분위기 좋은 곳에 가면 사고 난다. 와인바 안 가고, LP바 안 가고 등등, 바 종류도 안 간다.

요즘은 덜 그러는데, 40대에는 1차로 고기 먹고, 2차로 횟집에 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일어나기에는 그 편이 더 낫다. 1차든 2차든, 내가 술값 낼 거 아니면 술집도 잘 안 가고.

대부분의 일은 그냥 남들 하자고 하는대로 하는데, 밥 먹을 때, 술 마실 때, 거의 미리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인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지킨 단 하나의 덕목이라면.. 남들도 다 이렇게 해, 그런 일들을 절대 안 한다.

남들도 다 한다고 관행대로 한다면, 뭐하러 내가 빨갱이로 살아가나 싶나, 그런 생각이 팍 든다. 선행으로 가득한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소소한 부패는 절대 안 하려고 한다.

나는 적이 많았고, 여차직하면 투서 넣을 사람들 주변에 깔린 삶을 살았다. 그냥 존재 자체로 나를 싫어하는 상사들도 엄청 많았다. 저런 빨갱이를 누가 뽑았어, 대놓고 칼 가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삶을 살았다.

양보 많이 하는 아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자녀 교육의 1번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걸 덕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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