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 애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기로 한 날이다. 큰 애가 오늘은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되냐고 한다. 왜?

"신나게 놀려구요."

친구들이 게임기를 각자 가지고 와서 신나게 놀려고 한단다. 아들은 아직 게임기 없다. 다들 집에서 게임기 가지고 노는데, 엄마들이 그냥 두지를 않으니까, 몇 달 전부터 서로 돌아가면서 친구 집에 가고.. 또 간 집에서 게임만 하다가 난리가 나니까 이래저래 돌아가면서 하다가 우리 집 차례까지 온 모양이다.

코로나로 돌봄 교실이 닫았다 말았다, 학교 보안관실도 닫던 날이 있어서 핸펀 사줬다. 아이들끼리는 칼 같은 비상 연락망이 유지된다.

이게 막는다고 해서 될 일인가 싶다. 크게 뭐라고 안 했다. 뭐라고 해봐야 결국 대화만 단절될 뿐 아니겠나 싶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가기 싫다고 버티고 버텨서, 몇 달간 학교 안 갔었다. 나 닮았으면 지금처럼 그냥 학교라도 다니고 있는 것만 해도 잘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모범생처럼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정상적으로 수업에 열심히 들어갔던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잠깐, 유학 가서 대학원 한 해, 그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대부분 시간 설렁설렁.. 땡땡이도 많이 치고. 박사 과정 때 너무 좋았던 건, 알아서 하면 되는 때라서..

아들 학교 친구 중에는 요즘 방황하는 친구도 있다. 집에 제 때 안 들어가고, 이 집 저 집 놀러다니고, 학원도 심심하면 빼먹고.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갈 2학년들, 아이와 소년의 경계에서 방황이 시작된다. 그나마 친구 집이 서로 약간의 일탈의 공간이긴 하다..

그나마라도 열려 있어야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지, 모든 게 닫혀 버리면 갈 데가 없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 잠시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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