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어깨가 몇 달째 계속 아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딱 마우스 드는 그 각도다. 내가 무슨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정도인데.. 

책 내던 초장기에는 키보드 치는 어깨가 많이 아팠었다. 만년필로도 쓰고, 가급적이면 자판 덜 치려고 했었다. 그 짓도 오래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요령이 좀 생겼다. 

가만히 앉아서 머리로 생각을 많이 하고, 꼭 뭔가 써서 해야 할 때에는 종이에다 만년필로 미리 밑그림을 좀 그리고.. 

책 쓰는 시간에는 어쨌든 긴장해서 자판을 치게 된다. 애들 태어난 다음에는 책 쓰는 시간도 하루 두 시간으로 줄였다. 막판에는 좀 더 하기도 하는데, 매일 그 정도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대가리가 부족하지!) 그 시간에도 안 되는 건,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준비가 부족해서다. 준비가 될 때까지 뒤로 미루고, 준비가 된 걸 먼저..

게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뭘 더 한 것도 아닌데 마우스 쥐는 오른쪽 어깨가 아픈 건.. 대가리 쓰는 게 귀찮다. 그냥 마우스를 왼손으로 옮겼다. 생각보다 어색하다. 그래도 오른 쪽 어깨가 풀리려면, 어색한 걸 참는 게 나을 것 같다.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올 연말까지는 사람들 만나는 거나 새롭게 뭔가 하는 것들을 극도로 줄이고,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친 몸도 좀 추스르고. 애들 키우다 보니, 정말로 심신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뭘 할 수도 없는 시기다. 

2020년은 아마도 마우스를 왼손으로 쥐게 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나머지야 뭐, 그렇게까지 감동적으로 가슴에 남을 일이 벌어지지가 않았고, 또 남은 시간에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왼손 마우스는 어색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색한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남은 인생을 덜 어색하고, 덜 불편하게 사는 방법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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