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아이들 시간에 맞춰 산지 4년 조금 넘는다. 작년부터는 일을 더 줄였다. 뭐, 정확히는 줄인 게 아니라 줄어든 거다. 망하는 일이 너무 많아져다. 이제 밖에서 고정적으로 해야하는 일은 하나도 남은 게 없고, 주기적으로 하는 일은 정말로 한 개도 없다.

변화가 생겼을까? 한 가지는 변화가 생겼다.

남자들의 어깨싸움에서 나왔다. 공작과 음모, 시기와 질투의 세계를 더 이상 볼 일도 없고, 끼워주지도 않는다. 나는 그냥 애들하고 밥 먹고 사는 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일만 하면 된다.

그랬더니.. 아줌마들이 이혼을 생각할 때 나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생각보다 많다. 이렇게 많은 아줌마들이 이미 이혼을 결심하고 디데이만 보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혼도 종종 보게 되었다.

여자 후배들은 숫제 나한테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들과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고.

인생이 크게 한 번 바뀌기는 한 것 같다. 이제 더는 열심히 살지 않고, 되는 만큼만 하고, 안 되어도 그만이다, 그렇게 내려놓는 데 익숙해진다. 뭐, 바둥거려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원래도 말수가 별로 없는데, 점점 더 없어진다. 그리고 주로 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내가 입을 다물어야, 힘든 사람들이 입을 여는 것 같다.

"자, 얘기 해보세요.."

이런 상황에서 말을 하면 그건 힘든 사람이 아니다. 어려운 사람은 어렵게 말을 연다.

어렸을 때, 참새가 참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섯 살, 여섯 살, 그 시절의 기억이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참새가 줄었다. 참새 보기 어렵다. 한국이 참새의 나라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갈매기 조나단을 너무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으니 내 삶은 참새와 비슷해진 것 같다.

높이 나는 갈매기들 사이에서 혼자 참새처럼 지내다보니, 쟤들 왜들 저렇게 힘들게 살아, 그런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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