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언론에 보내는 기고문 하나 썼다. 글 쓰는 거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제는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전화로 꽤 많은 일들을 처리했는데, 그것도 옛날 일이다.
새로 여기저기 대선 캠프들이 생기는데, 뭐 안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할 생각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냥 혼자서 연구하는 학자로, 가늘고 길게 살다가면 그만이다. 야당 시절에는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흐름이 있었다. 그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다르다. 자기 선택이다. 나는 안 하는 쪽을 선택하였다.
아내가 아침 일찍 지방 출장이다. 글도 마침 다 썼고, 애들하고 아내 서울역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오는 김에 샌드위치도 하나 사서, 간만에 아침밥도 먹었다. 그 와중에 둘째는 마스크를 집에 놓고 갔다. 어린이집 앞에서 다시 돌아왔다 갔다. 사는 게, 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사소한 것일수록 챙기기가 어렵다.
유튜브 할 생각 없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최근 부쩍 늘었다. 없다고 말했다. 난 여전히 책과 글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위축되고 작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은 맞다.
김상조처럼 자기가 쓴 책과 자기의 행동이 엇갈리는 사람들도 가끔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도 내가 쓴대로 살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틈이 나는대로 웃으려고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 입에서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자기 힘을 극대화하는 삶은 결국 후회를 만나게 된다. 살면서 아무리 해도 후회하지 않는 것은 명랑 밖에는 없다. 덜 웃긴 것은 미안하지, 후회하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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